교육부는 가이드라인 제시 못하고
지자체는 용지해제 주민 눈치만 봐
주먹구구식 운영에 ‘노는 땅’ 늘어
“시대 뒤처진 관련법부터 손질해야”
전국의 미집행 학교용지 규모가 605만㎡에 달하는 것은 일선 교육청(교육지청)이 개발계획을 수립할 때마다 인구와 학령인구 감소를 반영하지 않고 학생 추청치를 산정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개발계획에 따른 학생 유발률(유입률) 산정 시 관행처럼 굳어져온 방식을 그대로 적용해 지방자치단체에 무분별하게 학교용지를 확보해달라고 요청한 뒤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학교용지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일선 지자체들은 학생 유발률 등에 대한 일선 교육청의 산정근거를 받지 못해 교육청이 학교용지 확보에 관한 특례법을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러나 일선 교육청(교육지청)은 교육정책을 총괄하는 교육부가 학령인구 감소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단 한번도 일선 교육청(교육지청)에 학교용지 확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교육부의 책임도 크다고 항변한다. 이에 따라 일선 지자체와 교육청(교육지청) 등은 학교용지 관련 법부터 시대 상황에 따라 손질돼야 하며 교육부와 교육청(교육지청) 간의 유기적인 의사소통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청, 교육지청의 전가의 보도식 학교부지 요청
미집행 학교용지가 발생하는 가장 기본적인 원인은 일선 교육청(교육지청)의 주먹구구식 학교용지 확보 요청이다. 일선 교육감은 학교용지의 조성 및 개발에 관한 사항을 담은 학교용지에 관한 특례법에 근거해 지자체에 학교용지 확보를 요청할 권한이 있는 만큼 학교용지 확보에 적극적이다. 그러나 문제는 교육청이 어떠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지자체에 학교용지 확보를 요청하고 시간이 흐른 뒤 학교 설립 계획이 없다면서 학교용지 해제를 요청한다는 점이다.
경기도의 한 교육지청 관계자는 “학교용지 특례법은 학생 수요를 유발하는 사람에게 교육청에 감정가로 매각할 수 있는 학교용지를 조성하게 하거나 학교용지 부담금을 부과하는 식으로 비용을 전가할 수 있도록 한 법”이라며 “학교용지 특례법에 따라 학생이 유발될 것으로 예상돼 학교용지가 필요하다고 지자체에 요청하는 것은 교육청(교육지청)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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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선 지자체의 반응은 다르다. 경기도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교육청의 요청으로 조합이 학교용지를 감정가에 팔기 위해 땅을 따로 떼어놓아도 나중에 교육청이 학생 수요가 없다면서 학교를 짓지 않겠다고 한다”며 “재개발이나 재건축을 할 때 지자체는 반드시 교육청(교육감)의 의견을 반영해야 하는 점을 악용해 교육청(교육지청)이 먼저 잡고 본다는 식으로 무분별하게 학교용지를 확보하려 한다”고 맞섰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학교용지로 지자체장이 고시한 뒤 10년이 지날 때 즈음 교육청이 학생이 없다면서 학교용지 해제 요청을 하면 주민들은 지자체에 와서 무조건 학교를 지어달라고 한다”면서 “학교용지를 해제하려 해도 주민들의 반대가 심해 지자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땅을 놀리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덧붙였다.
■일선 교육청, “학생 유발률 맞히기 힘들다”
일선 교육청과 교육지청의 학교용지 담당자들은 택지개발지구나 재건축·재개발 등 주택정비사업 과정에서 학생 유발률을 맞히기가 어렵다고 인정한다. 인구·학령인구 감소와는 달리 각 시도별로, 각 구별로 한 개의 아파트에 몇 명의 학생이 유입될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학생 유발률은 한 개의 아파트가 늘어날 때마다 학생이 늘어나는 비율을 말하는 것으로 일선 교육청과 교육지청은 관할 지역의 학생 유발률 상황을 공개하지 않는 실정이다.
서울의 한 교육지청 관계자는 “한 개의 아파트 단지가 재건축되거나 재개발될 때 완공 이후 거주하는 가구당 학생 수를 말하는 학생 유발률은 서울 내에서도 구별로 모두 다르다”며 “어떤 구는 100가구당 1명, 어떤 구는 2명이 되기도 하는 만큼 학생 유발률을 맞힌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시인했다.
경기도의 한 교육지청 관계자는 “서울의 경우 학교가 멀어도 부모가 태워주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등하교하지만 경기도 내 특정 시·군·구에서는 아파트와 학교가 멀면 이사를 가버린다”면서 “학생이 자꾸 빠져나가면 그 지역에 학교 신설은 어렵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학교용지 해제 신청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파주 운정지구의 산내초등학교는 지난해 9월 개교한 후 반년 만에 기존 48학급에서 53학급으로 편성해 운영하고 있다. 파주교육지청은 당초 5,000가구에 48학급을 예상한 상황에서 개교를 앞두고 인근 분양 아파트 건설사에 협조를 요청해 학령인구 조사를 실시한 결과 개교 5년 후 58학급까지 편성할 수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파주교육지청의 한 관계자는 “분양계약서상으로는 오는 2024년 산내초등학교 인근 아파트 5,000가구에서 1,700명의 초등학생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며 “하지만 분양계약자가 전세를 줄 경우 1,700명의 초등학생보다 많을 수도, 적을 수도 있어 정확한 예측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개발사업 시작 때 정해진 학교용지… 사업 지연되면 모든 상황 변해
일선 교육청(교육지청)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은 10년 이상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초기의 학생 유발률 계산과 실제 아파트 입주 후 학령인구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통상적으로 서울이나 경기도에서 주택 재개발 사업을 할 경우 구청(서울시)이 정비구역으로 지정(공람과 결정고시 등 포함)한 뒤 추진위원회가 구성(소유자 50% 이상 동의)되고 조합 설립→건축 심의(서울시)→사업시행 인가→관리처분 인가→이주→착공→완공 등의 행정 절차를 거친다. 서울시 송파구청의 한 관계자는 “10년 전에는 구역지정에 통상 15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됐지만 최근에는 주민 이견이 많아 3년 이상 걸린다”며 “거여 마천 뉴타운의 경우 재개발 구역지정부터 40년이 흘렀지만 이제야 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재건축 역시 주민 간 이견으로 통상 구역지정부터 10년 이상 걸려야 사업이 완공된다”면서 “학교용지 확보 문제가 구역지정 단계에 논의되다 보니 10년 후 사업 완공 시 당초 계획한 학생 유발률의 의미가 퇴색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서울 지역의 또 다른 교육지청 관계자는 “불과 10년 전만 해도 학급당 학생 수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낮추면서 한 반에 20~30명선으로 구성하는 것으로 교육정책이 변했다”면서 “학령인구 감소에 교육정책 변화, 정비사업 지연 등이 맞물리면 누구도 사업 완공 당시 해당 지역의 학령인구를 예측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강조했다. /탐사기획팀=김상용기자 kim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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