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국토면적에도 인구 11만명으로 계획된 위례 신도시(677만㎡)에 버금가는 605만㎡ 규모의 땅이 놀고 있다. 미집행 학교용지 얘기다.
서울경제 탐사기획팀 조사 결과 전국에 학교시설만 건설할 수 있는 ‘학교용지’로 지정된 후 학교가 지어지지 않은 학교부지가 전체 437곳, 전체 면적은 605만6,243㎡(183만평)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집행 학교용지는 지방자치단체의 도시계획 시설 중 학교용지로 결정된 뒤 다른 용도로 개발이 불가능해 국토의 효율적 관리에 역행한다는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전체 인구와 학령인구 감소에도 학교용지는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는 가운데 중앙정부인 교육부와 일선 교육청 및 교육지원청·지방자치단체 등은 이 같은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도 전국 신도시 개발과 택지개발지구 지정, 재개발·재건축 등으로 학교용지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학령인구 감소 추세에 역행하는 무분별한 학교용지 확보 전쟁이 더욱 격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15일 본지 탐사기획팀이 도시계획시설 결정 권한이 있는 전국 243개 시군구 등에 ‘미집행 학교용지(시설) 현황에 대한 정보공개 요청’을 한 결과 학교용지 지정 이후 건설이 이뤄지지 않은 채 방치된 토지 면적이 600만㎡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하남시 등 상당수 시군구가 정보공개 요청에 불성실하게 답변한 점을 감안하면 미집행 학교용지(시설)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연도별로는 지난 2000년 지정된 학교용지 중 19만5,979㎡ 가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다. 특히 2004년 이후 학교용지로 지정된 토지부터 미집행 학교시설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후 미집행 학교시설 면적은 △2004년 61만302㎡ △2005년 48만9,744㎡ △2006년 24만2,276㎡ △2007년 35만3,562㎡ △2008년 35만8,335㎡ △2009년 34만9,153㎡ △2010년 60만2,975㎡ 등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문제는 초등학교 학령인구가 2006년부터 400만명선 밑으로 떨어진 뒤 2012년 300만명선도 무너졌다는 점이다. 초등학교 학령인구가 2006년부터 급감세를 보였지만 학교부지로 꾸준히 설정돼 2004년 이후 지정된 학교용지 중 미집행 학교용지가 급증세를 보인 것이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집행 학교시설은 단순히 교육현장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급변하면서 직면하는 사안으로, 사회적으로 이들 부지의 우선순위를 정해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면서 “미집행 학교시설은 사유지일지라도 사회적 자산인 만큼 효율적으로 사용 가능한 절차를 만들어 특정인의 전유물로 쓰이지 않도록 하는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상용기자 kimi@sedaily.com
★서울경제신문 인터렉티브 웹페이지를 통해 전국의 미집행 학교용지 현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전국에 걸쳐 미집행된 학교 시설을 가장 많이 보유한 지역은 경기도로 초등학교와 중학교·고등학교를 합쳐 전체 129개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전체 학교 용지로 지정된 부지의 면적은 176만4,113㎡로 전국에 산재된 미집행 학교 시설의 29%를 차지했다. 이어 경상남도가 93개소(128만6,973㎡)의 미집행 학교 용지를 보유하고 있고 서울특별시(48개소·52만8,877㎡)와 부산광역시(36개·48만3,462㎡) 등이 뒤를 이었다. 가장 적은 미집행 학교 용지를 보유한 지자체는 제주도로 2개소(3만7,160㎡)에 그쳤다.
평택 79만㎡, 파주 22만㎡ 달해
50곳이 2010년대 초반에 지정
■미집행 학교 시설 가장 많이 보유한 지자체는 경기도
우선 경기도의 경우 미집행 학교 시설 중 초등학교가 70개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중학교 38개소, 고등학교 18개소, 외국 교육기관 2개소, 특수학교(초등학교) 1개소 등을 보유하고 있다.
면적으로는 경기도 전체 미집행 학교 시설이 176만4,113㎡에 달하는 가운데 초등학교 87만9,905㎡, 중학교 49만383㎡, 고등학교 26만1,109㎡, 외국 교육 기관용 11만7,055㎡, 특수학교(초등학교) 1만5,661㎡가 아직 집행되지 않은 상태다. 면적을 각 시도별로 세분화할 경우 경기도 평택시가 79만6,926㎡로 가장 많은 미집행 학교 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가운데 파주시는 22만8,815㎡에 달했다. 또 양주시의 경우 14만6,108㎡, 광주시 10만4,190㎡, 구리시는 19만2,663㎡로 10만㎡ 이상의 미집행 학교 시설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경기도에서 가장 적은 미집행 학교 시설을 보유한 지역은 광명시로 1만3,000㎡에 불과하다.
경기도는 특히 지난 2010년과 2012년, 2013년 등에 경기 지역 내 각 시장이 지정한 학교 용지 중 미집행 학교 용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에 결정된 학교 용지 중 미집행 부지의 면적이 27만733㎡에 달한 가운데 2012년과 2013년에 설정된 용지 가운데 미집행된 것은 각각 17만8,894㎡와 20만9,664㎡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경기도 내의 각 시도에서 2010년 20개의 학교 용지가 결정, 고시되고 2012년과 2013년에 각각 14개와 16개의 학교 용지가 정해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004년 전후 대규모 학교용지 설정-창원·김해·양산에 81곳 몰려있어
■경상남도도 93개의 미집행 학교 시설 보유
경상남도의 경우 미집행 학교 시설은 초등학교 부지 48개소, 중학교 21개소, 고등학교 24개소 등으로 전체 93개소에 달한다. 개별 도시별로는 창원시가 33개소로 가장 많다. 창원시의 미집행 학교 시설은 초등학교 부지 17개소, 중학교 7개소, 고등학교 9개소 등으로 초등학교의 비중이 크다.
또 김해시와 양산시 등은 21개의 미집행 학교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김해시의 경우 전체 21개소의 미집행 시설 가운데 초등학교 10개소, 중학교 4개소, 고등학교가 7개소 등이며 양산시 역시 초등학교 9개소, 중학교와 고등학교 각각 9개소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거제시가 7개소, 진주시가 6개소 등을 보유하고 있다.
미집행 학교 면적 역시 창원시가 39만1,778㎡로 경상남도 전체 미집행 학교 시설 면적(127만4,393㎡)의 30%를 차지하고 있으며 김해시와 양산시가 각각 36만778㎡와 28만4,806㎡를 학교 용지로 지정한 후 학교가 설립되지 않았다.
미집행 시설의 학교 부지 지정 연도로 보면 창원시 미집행 시설 중 17개소(전체 33개소)가 2004년(12개소)과 2007년(5개소)에 집중적으로 지정됐다. 아울러 경상남도 전체로 확대해도 2004년에 지정된 학교 용지가 23개소에 달할 정도로 2004년 전후 대규모로 학교 용지가 설정됐다.
강동 7곳·서초 6곳·송파 5곳 順
10년 넘게 방치된 시설만 30곳
■서울시, 미집행 학교 시설 48개 달해
서울시는 20개 자치구에 걸쳐 미집행 학교 시설이 산재해 있다. 강동구의 경우 7개로 가장 많고 서초구(6개)와 송파구(5개), 강남구(3개) 등이 뒤를 잇고 있다. 대부분의 자치구는 1~2개의 미집행 부지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기관별로는 미집행 초등학교가 28개소(27만6,728㎡), 중학교 11개소(13만5,617㎡), 고등학교 9개소(11만6,532㎡)로 초등학교 용지의 미집행 건수가 가장 많았다.
연도별로는 1978년에 지정된 고등학교 용지가 가장 오래된 것으로 면적이 1만6,528㎡에 이른다. 특히 이 부지는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하고 있으며 현재 사유지인 상태다. 또 1981년에 지정된 강남구 압구정동의 초등학교 부지는 면적이 1만4,999㎡에 달하고 여전히 학교가 들어서지 않은 상태다. 특히 서울 시내의 경우 2000년 이전에 학교용지로 지정된 후 아직도 설립되지 않은 미집행 학교의 수가 12개소에 달할 정도다. 또 2009년 이전에 학교용지로 지정돼 학교용지로 지정된 지 10년이 넘는 미집행 시설이 전체 30개소에 이르는 가운데 부지의 전체 면적도 33만1,469㎡에 달했다.
서울시의 미집행 학교 시설의 경우 경기도와 경상남도와 달리 특정연도에 지정된 용지의 미집행 경향은 나타나지 않은 가운데 매년 지정된 학교 용지 중 미집행 시설이 1~2개소씩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
에코델타시티 분양 지연 등 영향
강서구 21곳·30만㎡ 가장 많아
■부산광역시, 미집행 학교시설 강서구에 몰려 있어
부산광역시도 학교 용지로 지정된 후 미집행된 학교 시설이 전체 36개(48만3,462㎡)에 이른다. 초등학교 9개소(24만1,353㎡), 중학교 9개소(12만2,175㎡), 고등학교 8개소(11만9,934㎡)로 나뉜다.
지역별로는 부산 강서구가 21개소(29만7,876㎡)에 달해 가장 많은 미집행 학교 용지를 보유하고 있다. 또 기장군(4개소·5만5,140㎡)과 부산진구(4개소·5만1,610㎡)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연도별로는 1992년 지정된 후 미집행된 학교 시설이 2개소(3만891㎡), 2000년 3개소(4만4,623㎡), 2003년 1개소(9,322㎡), 2005년 4개소(4만9,150㎡), 2006년 1개소(1만357㎡), 2007년 3개소(3만4,107㎡), 2008년 4개소(5만8,331㎡) 등으로 학교 용지로 지정된 지 10년이 넘는 동안 미집행된 학교 용지는 전체 18개소(24만9,465㎡)에 달한다. 이는 부산광역시 전체 미집행 학교 용지 면적의 66%에 달하는 규모다.
부산광역시의 미집행 학교 시설 중 가장 오래된 것은 1992년 지정된 부산광역시 강서구 명지동의 초등학교와 중학교 부지 각각 1개소씩이 꼽힌다. 두 학교 모두 1992년 5월8일 학교 용지로 지정된 후 현재까지 학교 설립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다만 주목할 만한 것은 부산광역시의 36개 미집행 학교 시설 중 2017년에 지정된 학교 용지도 14개소가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부산광역시 전체의 미집행 학교 시설이 36개에 달하지만 14개소는 2017년에 지정된 것이다. 특히 14개소의 대부분(13개소)이 강서구 강동동의 ‘에코델타시티’ 내에 위치해 있다. 현재 에코델타시티는 올 하반기에 아파트가 분양될 예정이었지만 내년 상반기로 분양이 미뤄지는 등 사업이 지연되고 있어 2017년에 지정된 학교 용지도 향후 미집행 학교 시설로 남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단양 도담리·경주 근계리 초교용지
각각 1983·1986년 지정후 미집행
■지방에 산재한 악성 미집행 학교 용지
전라남도의 경우 전체 24개 미집행 학교 시설이 산재한 가운데 영암군의 경우 3개소의 미집행 시설이 있다. 이들 미집행 학교 용지는 모두 1998년 1월21일에 지정된 것으로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를 설립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학교 용지로 지정만 돼 있는 상태이며 학교는 들어서지 않았다. 전남 목포시 역시 2002년(고등학교 용지·1만2,125㎡)과 2004년(초등학교·1만2,416㎡), 2007년(초등학교·1만2,416㎡)에 지정된 학교 용지가 학교 설립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다.
경상북도에도 1980년대에 지정된 학교 용지가 있다. 1986년에 지정된 경북 경주시 근계리 초등학교 용지(1만2,000㎡)와 1987년에 지정된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의 초등학교 용지(1만6,800㎡) 등이 대표적이다.
또 충청북도에는 학교 용지로 지정된 후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학교 설립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도 있다. 단양군 단앙읍 도담리의 초등학교 용지(1만3,250㎡)가 대표적으로 1983년 지정된 후 여전히 미집행 학교 용지로 남아 있다. 또 단양읍 도담리에 소재한 중학교(1만4,200㎡)와 고등학교(1만4,770㎡) 부지도 1985년 지정된 후 여전히 학교 설립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전라북도 군산시에도 1996년에 지정된 미집행 초등학교 1개소와 중학교 2개소가 있다. 군산시 지곡동과 미룡동 등에 소재한 것으로 앞으로도 학교가 설립되지 않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탐사기획팀=김상용기자 kimi@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