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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의 초특가 3탄, 김치냉장고도 먹힐까

1탄 '4,900원 와인' 26만병 완판

2탄 '700원 물티슈' 25만개 불티

상식깬 초저가 전략으로 불황타파

대형가전제품으로 저가영토 확장

업계선 "출혈경쟁 심화" 우려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중간은 없습니다. 시장은 최고급과 초저가로 나뉠 것입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초저가 시장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장기불황과 쿠팡 등 온라인 유통업체들의 공세에 부진이 이어지자 스마트한 소비자를 잡아야 한다며 초저가 전략을 주문한 것이다. 정 부회장의 특명이 떨어지고 8개월 후인 지난달 1일 이마트(139480)는 상시적 초저가 상품인 ‘에브리데이 국민상품’을 선보였다. 1병당 5,000원이 안 되는 초저가 와인은 26만병이 팔려나가며 3년 치 판매량을 한 달 만에 소진했다. 초저가 상품의 히트로 객수가 늘어나면서 관련 상품군의 매출도 10% 이상 뛰었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1원 경쟁’에 대형마트 대장 격인 이마트가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출혈경쟁이 심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일단 불황 마케팅은 오프라인도 관통한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는 이제 초저가 상품의 구성을 생활필수품에서 대형가전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마트가 지난 2·4분기 창사 이래 첫 분기 적자를 기록하면서 큰 부진에 빠진 만큼 정 부회장의 초저가 승부수가 반전의 한 수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오는 19일 ‘국민가격 3탄’을 통해 새로운 초저가 상품들을 선보인다. 비누·칫솔·물티슈 등 일상생활에서 꾸준히 소비되는 생활필수품에 더해 이번 초저가 상품 구성에는 김치냉장고 등 대형가전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0개로 시작한 초저가 상품은 이달 초 내놓은 ‘국민가격 2탄’을 통해 이미 2배 이상 늘어나 100여개에 육박하고 있다.

15일 이마트 이수역점을 찾은 고객이 초저가 상품인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상품 진열대 앞을 지나가고 있다. /박민주기자


앞서 지난달 1일 선보인 국민가격 1탄 상품들은 불티나게 팔려나가며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4,900원에 공급하고 있는 칠레산 와인 도스코파스 카베르네소비뇽(750㎖)은 지난 한 달간(8월1~26일) 26만병이 판매됐다. 그동안 이마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와인은 연간 7만~8만병 정도 팔렸는데 이번 초저가 와인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3년 치 이상이 팔려나간 셈이다. 특히 초저가 와인을 산 소비자의 절반 이상인 55%가 최근 6개월 동안 와인을 한 번도 구매한 적이 없는 고객으로 신규 고객 유입의 효과도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다이알 비누(8개 3,900원)도 15만개가 팔리며 단숨에 1년 치(17만개) 판매량을 소진했고 이달 초 선보인 700원짜리 물티슈는 벌써 25만개가 넘게 팔렸다. 초저가 상품이 포함된 상품군의 매출도 늘었다. 와인 전체 매출은 41%, 다이알 비누가 포함된 목욕용품 매출은 16% 뛰었다. 20만개가 판매된 워셔액 덕분에 자동차 교환용품 매출도 10% 상승했다. 이마트의 한 관계자는 “고객이 4,900원짜리 와인처럼 이슈가 된 상품을 보러 왔다가 다른 제품도 함께 구매하는 연관구매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이마트 방문객 수도 전달 같은 기간 대비 8% 늘었다.



이마트가 선보인 상시적 초저가 상품은 동일하거나 유사한 품질의 다른 상품과 비교해 가격이 30~60%가량 저렴하다. 연일 특가를 내세우며 ‘1원 경쟁’을 벌이고 있는 온라인 업체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상식 이하의 가격’이다. 이마트는 대량 매입과 원가구조 개혁으로 이 같은 초저가 상품을 선보일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4,900원 초저가 와인의 경우 기존보다 수십 배 이상인 100만병의 물량을 들여오면서 납품가격을 낮췄다. 그 결과 시세 대비 60% 저렴한 가격을 맞출 수 있었다. 연간 3만개 정도 팔리던 다이알 비누도 연간 50만개 판매 개런티를 하면서 약 35% 정도 가격을 낮췄다.

업태 간 통합매입도 활용하고 있다. 이마트의 초저가 상품인 바디워시는 노브랜드 등 전문점과 관계사 통합매입 방식으로 80만개를 매입해 시세 대비 50% 저렴한 2,900원에 판매한다. 이 밖에 상품의 본질적 핵심가치에 집중하고 부가기능ㆍ디자인ㆍ패키지 등을 간소화해 원가를 낮추는 방식도 적용했다. 이달부터 선보인 일렉트로맨 TV는 기존 브랜드 TV 제품보다 부가기능을 줄이는 대신 가격을 40% 낮췄다.

다만 이마트의 초저가 전략이 결국에는 업계의 출혈경쟁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쿠팡 등 온라인 유통업체들의 초저가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대형마트들이 대량 매입 등 출혈을 지속하면 재고 리스크 확대와 함께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마트의 초저가 전략은 전체적으로는 합리적이지만 물량 증가에 따른 재고 리스크가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며 “다량의 제품을 구매할 수밖에 없지만 수요가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재고물량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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