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브랜드에 대한 불매운동 여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플리스의 왕좌를 차지하려는 패션업계의 전쟁이 시작됐다. 지난해보다 출시 시기를 한 발 앞당겼을 뿐만 아니라 스타일과 물량 수도 대폭 확대했다. 플리스의 원조 격인 유니클로도 이에 뒤질세라 지난해보다 다양해진 제품으로 소비자들의 발길을 돌린다는 포부다.
15일 온라인 패션 편집숍 무신사에 따르면 지난 8월 20일부터 9월 3일까지 2주간 플리스 제품의 거래액이 지난해 동기 대비 6배 상승했다. 무신사 관계자에 따르면 “폭염이 잦고 길었던 지난해에 비해 올해는 가을이 일찍 찾아오면서 아우터 장만을 나선 고객들이 늘어나 가볍고 보온성이 우수한 플리스가 일찌감치 호응을 얻고 있다”면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올해는 후드 집업 스타일은 물론 양면으로 입기 좋은 리버시블, 아노락 스타일 등 플리스 디자인도 다채로워졌다”고 말했다.
플리스 전쟁의 포문을 연 브랜드는 컬럼비아다. 지난해보다도 한 달 빠른 8월 초부터 플리스 제품을 내놨다. 이어 아이더, K2 등 다른 아웃도어 브랜드도 가세했다. 노스페이스는 재킷을 비롯해 아노락, 롱코트 등 플리스 제품의 스타일 수를 지난해보다 2배 늘렸다. 특히 페트병을 재활용한 원사를 사용한 ‘에코 폴리스 컬렉션’이 올해의 주력 라인이다. 대표 제품인 ‘씽크 그린 플리스 재킷’은 재킷 1벌(L사이즈) 당 550㎖ 플라스틱병 50개를 재활용해 친환경적인 노력도 기울였다.
휠라도 주 소비자층인 Z세대를 겨냥해 복고적인 디자인을 가미한 플리스 아이템을 내놨다. 지난해보다 물량을 6배 늘리고 ‘크레마 보아’ ‘팝콘 보아 자켓’ 등 스타일 수도 5배 확대했다.
일본 브랜드 불매 운동으로 고전하고 있는 유니클로도 반격할 준비를 마쳤다. 유니클로는 플리스의 일본식 발음인 ‘후리스’를 고유명사화 시킬 정도로 독보적인 브랜드다. 유니클로는 올해 플리스 출시 25주년을 기념하며 어느 때보다 다양한 신상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오는 27일에는 유니클로 파리 R&D 센터에서 선보이는 ‘2019 F/W ‘Uniqlo U’ 컬렉션을 통해 모던한 느낌을 강조한 5가지 디자인의 후리스 상품들을 출시한다. 오는 10월에는 미국의 복고 캐주얼을 재해석한 ‘아메카지(아메리칸 캐주얼) 룩’으로 유명한 남성복 브랜드 ‘엔지니어드 가먼츠’와 협업해 남성용 후리스 특별 콜렉션을 론칭한다.
가격대(2만~3만원)대가 유니클로와 비슷한 다른 SPA(자체 제조·직매형 의류) 브랜드도 플리스 물량을 지난해보다 늘리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탑텝(TOP10)은 대표 제품인 ‘플러피 플리스’ 등을 앞세워 지난해보다 5배 가량 늘린 40만장을 판매할 계획이다. 에잇세컨즈는 조끼와 집업, 오버핏 등 다양한 스타일의 플리스 시리즈를 출시했다. 지난해 판매율이 높아 올해는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생산량을 늘렸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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