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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美·中·日기업, '2.8兆' 두산공작기계 군침흘리지만… 국가핵심기술 탓에 매각 지체

4,300억원 투자원금인데 이미 6,100억원 회수

해외 투자자 5곳과 '물밑' 매각 협상 중이지만

"분리매각 물리적으로 불가능.... 매각 길어질 수 있어"





몸값이 2조8,000억원에 달하는 두산공작기계의 매각이 난항을 겪고 있다. 국내 사모펀드(PEF)의 ‘맏형’격인 MBK파트너스가 3년 만에 글로벌 톱5 공작기계 기업으로 키워내면서 미국과 중국, 일본 등의 기업이 군침을 흘리고 있지만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탓에 매각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 등 과거 국가핵심기술 관련 논란처럼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두산공작기계의 매각주관사인 메릴린치를 통해 미국과 중국, 일본 등의 투자자 5곳과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공작기계는 2016년 MBK파트너스가 두산인프라코어의 공작기계 부문을 분할·인수한 뒤 설립한 회사다. 공작기계란 ‘기계를 만드는 기계(mother machine)’를 말한다. 당시 MBK파트너스는 매출이 7,896억원, 감가상각전 영업이익(EBITDA)가 836억원이었던 공작기계 부문을 1조1,300억원에 인수했다. 4개의 펀드를 통해 4,300억원을 마련했고, 나머지 7,000억원은 인수금융을 통해 조달했다. MBK파트너스의 인수 이후 두산공작기계는 지난해 기준 매출고를 1조7,780억원으로 두 배 넘게 키웠고, EBITDA도 2,800억원으로 불어나 있다. EBITDA 배수를 10배 적용할 경우 기업가치(EV)는 2조8,001억원에 달한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의 기업이 두산공작기계에 군침을 흘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1조1,500억원 규모 자본재조정(리캡·Recapitalization)을 통해 투자 3년 만에 이미 투자원금을 모두 회수했다. 배당금을 통해 회수한 1,807억원(2017년 100억원, 2018년 1,707억원)은 고스란히 투자차익으로 남아있는 상황. 2조8,000억원으로 매각에 성공할 경우 투자수익률배수(MOIC) 4.3배라는 빼어난 기록을 세울 수 있게 된다.



문제는 두산공작기계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고정밀 5축 머시닝센터의 설계 및 제조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및 관계 중앙행정기관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할 경우 해당 기술의 수출이나 해외 매각 시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7년 중국 광저우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생산공장 건설을 계획했던 LG디스플레이다. 당시 LG디스플레이는 OLED 시장 선점을 위해 중국에 공장을 세우겠다며 당국에 기술수출 승인을 신청했지만 저부가 기술유출 우려로 승인을 차일피일 미뤘던 바 있다. 결국 해당 공장 시설의 국산화율을 높이는 것을 조건으로 5개월 만에 수출이 승인됐었다.

지난해 중국 더블스타에 매각된 금호타이어도 비슷한 사례다. 금호타이어가 전투기용 타이어를 생산해 방산업체로 지정돼 있어 더블스타의 인수가 불가능한 상황에 부딪혔고, 결국 방산부문만 분리해 국내 기업에 파는 방식의 해법으로 매각에 성공했다.



관건은 두산공작기계가 이 같은 해법을 찾을 수 있느냐다. MBK파트너스는 정부 측에 고정밀 5축 머시닝센터의 설계 및 제조 기술로 인한 매출의 비중이 3%에 불과하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정부는 매각 관련 승인 요청이 있을 경우 공정한 심사를 통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특혜시비가 일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입장이다.

이와 관련 산업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관련해서 승인 요청이 들어온 것은 없다”며 “(승인 요청이 있다면) 절차에 따라 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선 몸값이 2조8,000억원에 달하는 두산공작기계를 살 수 있을만한 기업이 없다. 사실상 유일한 인수후보인 두산그룹의 경우 두산건설발(發) 유동성 문제로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쉽게 말해 해외 기업이 아니면 사실상 팔 수 있는 길이 막혀 있는 셈이다.

기계로봇산업에 정통한 한 사모펀드의 관계자는 “두산공작기계의 경우 생산라인을 공유하고 있어서 해당 기술만 발라내 분리 매각하는 방법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매각이 생각보다 길어질 순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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