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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일이 잘 안 풀리면 앱으로 명상…힐링 에세이도 마음안정 도와요"

■내 안의 火가 내 밖의 禍로

☞분노의 치유학







취업 준비생 한혜련(26)씨는 서울 도심에 있는 사찰에서 매일 10분씩 명상 시간을 가진다. 학업과 취업 문제로 받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그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우울하고 화가 날 때 명상을 하면 도움이 된다”며 “호흡을 가다듬다 보면 지나간 분노 대신 현재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한씨처럼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명상을 즐기는 사람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명상 프로그램 템플스테이는 지난 2002년 33개 사찰에서 시작돼 2018년에는 전국 135개 사찰로 확대됐다. 이용객 수도 연평균 13%씩 증가해 지난해 51만5,418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분노가 사회 문제로 부상하면서 명상 외에도 사회 곳곳에서 화에 대처하기 위한 다양한 힐링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출판계에는 힐링 에세이가 연이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스마트폰 대신 종이 위의 활자를 읽다 보면 분노에 치인 사람, 분노에 휩싸인 사람 모두 위로 섞인 따뜻한 문장을 얻어 갈 수 있다.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빨간머리 앤이 하는 말’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등이 대표적인 인기 도서다.

정보기술(IT) 발달로 혼자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명상 애플리케이션도 늘고 있다. ‘캄(Calm)’은 타이머 기능으로 자신에게 맞는 호흡을 찾아주며 자연환경 등 마음이 편안해지는 영상을 제공해 사용자의 명상을 돕는다. 2012년 출시 이후 전 세계적으로 4,000만건 이상 다운로드됐다. KT가 출시한 ‘기가지니 명상 서비스’도 주부·학생·직장인 등에게 맞춤형 명상 콘텐츠를 각각 제공한다.

템플스테이 이용객 연평균 13%씩 늘어



요가·다도실 등 기업도 ‘행복감 UP’ 앞장



기업들도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행복감을 올리기 위해 명상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7년 1,000억원을 투자해 경북 영덕군 칠보산 일대 8만5,000㎡에 명상을 주제로 한 연수원을 열었으며, LG디스플레이도 같은 해 경북 문경의 한 폐교부지를 임차해 명상·요가·다도실을 갖춘 ‘힐링센터’를 세웠다. 고(故) 최종현 선대 회장 때부터 명상을 중시한 SK그룹은 심기신수련원을 2000년부터 계열사 곳곳에 설치했다.

힐링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다 보니 관광업계는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한꺼번에 챙기는 ‘웰니스(wellness)’ 관광상품 개발에 열을 올리는 추세다. 웰니스는 웰빙(well-being)과 행복(happiness), 건강(fitness)의 합성어다. 강원도 원주의 뮤지엄 산은 미술관 안쪽에 돔 형태 천장의 ‘명상관’을 마련하고 각종 명상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씨메르는 온천욕을 특화하고 강원 평창 용평리조트 발왕산은 발왕산 산림욕 프로그램 운영하는 등 각종 호텔·리조트가 웰니스 서비스를 마련하고 있다. 세계웰니스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웰니스 산업 규모는 2017년 4조2,000억달러로 2015년의 3조7,244억달러에 비해 연평균 6.4% 성장했다. 이 중 웰니스 관광산업 규모는 2015년 5,632억달러에서 2017년 6,394억달러로 늘어난 데 이어 오는 2022년 9,194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지역자치단체도 화를 다스리기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보건소가 대표적으로 사이코드라마를 운영해 실생활에서 표현하지 못해 억눌린 감정을 꺼내도록 돕는다. 이희은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온라인 사용 비중이 높은 한국 사회에서 분노는 빠른 속도로 전염된다”며 “명상으로 화를 다스리고 힐링 명소를 찾아다니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분노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을 지키고 싶어하는 욕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민구기자 1mi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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