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이 최근 국내외 경영 환경과 관련해 “이런 종류의 지정학적 위기는 처음이지만 적응하는 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SK하이닉스(000660) 지사에서 ‘SK의 밤(SK Night)’ 행사를 열고 미 정·관·재계 고위급 인사들을 초청해 SK 비즈니스 현황을 소개했다. 3년간 100억달러(12조원)를 미국에 추가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 회장은 행사 이후 특파원들과 만나 “SK 회장을 한 지도 20여년 되는데 이렇게까지 비즈니스를 흔드는 지정학적 위기를 맞은 것은 처음”이라며 “이게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것이라면 단시간에 끝날 것 같지 않으니 적응하는 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지정학적 리스크는 약 30년간 계속될 것이라는 게 최 회장의 생각이다.
특히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한 반도체 부품 수급 문제와 관련해 최 회장은 “부품을 무기화하는 것이 별로 좋은 일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산화라는 단어를 쓰는 것보다 ‘대체 경로(alternative way)’를 찾아야 한다”면서 “국산화를 배제한다는 게 아니라 일단 대안을 먼저 찾기 위해 한국 기업을 포함한 다양한 주체와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SK그룹은 사회적 가치 추구를 파트너십 확장 전략으로 삼고 있다. 최 회장은 환영사에서 “SK는 지난해 미국에서 24억달러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집계됐다”며 “앞으로 미국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미 정부·기업 등과 함께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 파트너십을 확장하고 더 큰 행복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SK는 최근 3년 동안 미국에 50억달러(6조원)를 투자했고 향후 3년간 100억달러(12조원)를 추가 투자해 약속을 이행 중”이라고 했다. 사회적 가치도 적극 추구한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최 회장은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 존 햄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회장 등과 만나 글로벌 정치·경제 동향에 관해 의견을 나눴고 22~23일에는 뉴욕에서 열리는 ‘세계시민상’ 시상식에 참석해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회장 등을 만난다. 한편 전기차 배터리 기술 유출과 관련해 LG화학과 벌이고 있는 소송과 관련해 묻자 최 회장은 “잘 될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