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의 2대주주였던 HDC 가 보유 지분 128만주를 전량 처분한다. 오랜 ‘백기사’ 역할을 해 온 HDC 는 올 초 정기주주총회에서 삼양식품 경영진에 불리한 주주제안을 했지만 표 대결에서 밀린 바 있다. HDC 그룹은 해당 자금을 인수합병(M&A)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HDC 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삼양식품 지분 전량인 127만9,890주를 모두 처분하기로 이날 이사회를 통해 확정했다. 회사는 이날 시간외대량매매 방식을 통해 주식을 처분할 방침이다. HDC 는 삼양식품의 2대주주로 지분 17%를 보유하고 있다.
HDC 는 삼양식품의 이날 종가(7만7,800원)에서 할인율 5%를 적용해 주당 7만4,000원으로 확정했다. 매각 규모는 총 947억원이다.
앞서 HDC (당시HDC현대산업개발(294870))은 삼양식품 지분 16.99%를 기반으로 정관변경안을 제안했다. ‘이사가 회사 또는 계열회사 관련 배임·횡령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결원으로 본다’(이사의 자격정지)는 내용을 정관에 추가하자는 제안이었다. 전 회장이 회삿돈 5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 1월 말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동일 혐의로 기소된 전 회장의 아내인 김정수 사장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 안건이 통과됐다면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은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야 했지만 HDC 의 주주제안은 표 대결에서 밀려 이뤄지지 않았다. HDC 가 주식을 처분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아시아나항공(020560) 인수전에 대비해 자금 확보에 나선 것도 또 다른 배경으로 꼽힌다. 회사 측은 “비계열사 지분을 처분해 지주체계를 강화하고, 신규 투자를 위해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며 이번 매각의 처분 배경을 밝혔다. 앞서 자회사 HDC 현대산업개발은 미래에셋대우와 컨소시엄을 결성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총 인수가격을 1조5,000억~2조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조윤희기자 choy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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