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여파로 이커머스에서 렌탈 서비스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목돈을 주고 제품을 사서 소유하는 대신 임대료를 내고 빌려쓰겠다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한번 판매됐다 반품된 제품을 되살린 리퍼비시(refurbish) 상품 판매가 늘고 있다. 이 역시 불경기로 소비자의 지갑이 얇야진 영향인 것으로 분석된다.
23일 온라인쇼핑 사이트 G마켓은 올해(1월1일~9월16) 렌털 서비스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9%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5년 전인 2014년의 같은 기간에 비해 5배 이상(448%) 증가한 것이다.
인기 렌털 품목은 ‘돈 주고 사기에는 부담이 큰’ 고가 가전제품이다. 안마의자 렌털 판매가 지난해 대비 435% 급증했고 의류건조기(111%)와 공기청정기(106%) 모두 배 이상 렌털 판매가 신장했다.
뿐만 아니라 식기세척기, 음식물처리기, 커피머신, 에어프라이어, 인덕션 등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주방 가전과 LED마스크, 고급 헤어드라이어 등 고가 미용가전은 물론 펫드라이룸 등 반려동물 용품까지 주요 렌털 품목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경기이니 만큼 가격이 비싼 생활가전은 사지 않고 빌려쓰고자 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과거 렌털이라면 정수기 정도였는데 어느새 상대적으로 고가인 가전 제품은 모조리 렌털이 대세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렌털 시장이 주 고객은 3040세대다. G마켓 분석에 따르면 40대 고객의 구매 비중이 46%이고 30대가 35%로 뒤를 이었다. 렌탈 서비스 구매 고객 5명 중 4명이 3040이라는 뜻. G마켓 관계자는 “3040이 합리적인 가격에 제품을 대여해 사용할 수 있는 렌탈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반응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티켓몬스터는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리퍼비시 상품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0% 늘었다고 밝혔다. 리퍼 제품 구매 고객 수도 144% 증가했다.
리퍼 상품은 구매자의 변심으로 반품된 제품이나 제조·유통 과정에서 흠집이 발생한 상품, 전시제품 등을 정비해 되살린 것으로 기존 판매가보다 저렴한 가격이 특징이다. 불경기에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새 제품 대신 리퍼를 찾는 소비자가 많아진 것으로 이커머스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리퍼는 제조사 책임 하에 제품을 되살린 것이어서 일반 중고품에 비해 믿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소비자들이 티몬에서 가장 많이 찾은 리퍼 상품은 가전제품으로 전체 리퍼 매출의 60%를 차지했다. 이어 패션·뷰티(20%), 스포츠·자동차용품(6%), 가구·홈데코(5%) 등이 뒤를 이었다.
리퍼 제품이 이같이 인기를 끌자 티몬은 매달 24일 ‘리퍼데이’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달 리퍼데이에는 인기 리퍼상품 400여종, 총 20만개의 물량을 최대 89% 할인가에 판매할 예정이다.
/맹준호·박민주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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