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콘텐츠의 제왕 ‘디즈니’가 드디어 사고를 쳤다. 디즈니는 2019년 11월 넷플릭스와 동일한 형태의 온라인 비디오 스트리밍(OTT) 플랫폼 ‘디즈니+’를 출시한다. 다양한 콘텐츠 확보를 위해 713억달러의 거금을 들여 21세기폭스 인수도 마쳤다. 인수 효과는 시장에서 즉각 나타났다. 북미 기준으로 2019년 1~9월 디즈니의 영화 시장점유율(폭스 포함)은 38.9%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2위에서 4위까지 합산한 수치보다 높다. 과장을 더해 박스오피스 2편당 1편은 디즈니 영화가 될 수 있다.
밥 아이거 최고경영자(CEO)는 디즈니+에 올인한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OTT 시장 공략에 강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CEO의 강한 집념만큼 주가 상승도 뜨겁다. ESPN 케이블 TV의 구독자 감소로 다년간 눌려 있던 디즈니의 주가는 아이거가 “6.99달러(디즈니+ 월 이용료)”를 외친 후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연초 이후 디즈니의 주가수익률(USD, 9월13일 기준)은 25.87%로 시장(S&P500) 수익률보다 5.9%포인트 높다.
어벤져스와 알라딘 등 다양한 박스오피스 영화를 소유한 디즈니는 소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투자할 만한 확실한 브랜드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강한 확장 정책만큼 리스크 요인도 함께 증가하고 있으므로 투자 타이밍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디즈니의 리스크 요인 첫 번째는 스트리밍 투자 확대에 따른 비용 증가이며 두 번째는 빠른 주가 상승으로 인한 밸류에이션 부담의 확대다. OTT 사업 확장에 따른 장기 성장동력은 강하지만 비용 증가와 높은 밸류에이션은 단기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관련기사
디즈니의 비용 증가에 대한 실질적인 숫자는 지난 3·4분기 실적에서 나타났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2.9% 증가하면서 강한 성장을 이어갔지만 주당순이익은 오히려 28.0%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0.7% 감소했으며 잉여현금흐름은 전년 24.6억달러에서 -29.3억달러로 마이너스 전환했다. 3·4분기 디즈니 총 원가 및 비용은 174.9억달러로 지난 2018년 3·4분기 113.1억달러 대비 54.6% 증가했다. 스트리밍과 관련한 투자비용의 증가가 재무제표에 부담감을 주는 것이다.
2018년 5월 이후 디즈니의 12개월 선행 자기자본이익률(ROE)은 PBR보다 빠르게 감소하면서 밸류에이션 부담감을 높이고 있다. 디즈니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23.4배로 동종 업종(FCOM ETF 기준) 평균인 22.5배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3년 EPS 예상 성장률은 -5.9%로 업종 평균인 23.3%에 비해 크게 낮다. 이는 이익성장 대비 주가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디즈니의 적극적인 OTT 시장 확장 정책은 새로운 시대에 대한 변화이며 장기 성장동력을 충분히 높여줄 만한 요인이지만 이로 인한 비용 증가와 높은 밸류에이션 부담감은 단기투자에 있어 리스크 요인이 되므로 2019년 11월 출시 예정인 디즈니+의 실질적인 매출액 성장률이 재무제표에 반영되는 것을 확인하고 투자에 임해도 늦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