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누구도 흔들 수 없는 경제를 만들겠다”며 45조원 규모의 ‘극일’ 특별법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지만 해당 법이 나오기도 전에 정치권과 정부부처가 시행 권한 등을 두고 다투고 있다. 야당은 당정의 움직임과 관계 없이 자체적으로 관련법을 미리 발의하면서 산업육성 계획을 일일이 소관 상임위원회 의원들에게 보고해야 하는 ‘지뢰’ 조항까지 넣었다. 부처들은 법 시행 과정에서 더 많은 권한을 갖기 위해 벌써 눈치작전을 벌이고 있다. 한일갈등 장기화로 경제 위기감이 커지고 있지만 여야정 밥그릇 싸움에 법안 통과가 미뤄지고 경제 재도약의 기회를 놓치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관련기사 3면
25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 18일 자유한국당 등 야당 의원 10명은 ‘소재·부품기업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7월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해 국내 소재·부품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2001년에 마련된 소재·부품 특별법은 오는 2021년이 시한인 한시법이다. 업계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인 일본보다 나은 제품을 개발하려면 3년 이상 집중적인 연구개발(R&D)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야당의 개정안에는 2021년인 시한을 삭제하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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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야당이 이와 함께 개정안에 포함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기본계획을 수립하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을 넣은 것이다. 여권에 따르면 당정청은 26일 일본수출규제대응 상황 점검 및 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최종안을 확정해 발표한다. 당정이 새로 발의한 특별법은 야당이 낸 법안과 병합해야 한다. 취지가 같은 법안이기 때문이다. 특별법을 시행할 당정은 기본계획부터 야당 의원의 입김이 미치는 구조라 거북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투입되는 예산·금융 지원만도 45조원 이상인 개정안을 둘러싸고 여야의 정쟁이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종안이 나왔다지만 세제·금융 혜택 등을 두고 차후 정부부처 간 힘겨루기가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회 관계자는 “막대한 예산·지원 권한이 책정된 만큼 법 통과 과정에서 이해관계 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경우기자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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