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수출규제 품목 중 하나인 고순도 불화수소는 보통 형석이라는 광물자원에서 나온다. 일본에서 수입하는 터빈·모터에도 니켈·크롬·티타늄, 이차전지(양극재)는 리튬·코발트, 태양광패널은 실리콘·흑연·은, 연료전지에는 백금·팔라듐·니켈이 쓰인다. 직접 수입하는 광물자원만 봐도 실리콘·니켈·탄탈룸은 일본에서 가장 많이 들여온다.
우리가 매일 쓰는 스마트폰, 반도체, 컴퓨터, 자동차, 가전제품도 철·니켈·구리·리튬·희토류 등 광물자원이 원료다. 스마트폰 배터리에 들어가는 니켈이나 코발트를 니켈광에서 얻고 반도체칩 배선용 구리는 황동석에서 구하는 식이다.
4차 산업혁명 분야에도 희유금속(희귀금속)이 적잖게 들어간다. 3차원(3D) 프린터는 크롬·타이타늄·알루미늄, 로봇과 드론은 마그네슘·주석·인듐·갈륨·니켈, 신재생에너지는 실리콘·갈륨·인듐·셀레늄·네오디뮴, 전기차는 리튬·니켈·백금·루테늄·인듐·텅스텐이 쓰인다. 수소를 만들거나 운반할 때도 마찬가지다. 천연가스인 메탄을 촉매를 통해 고온·고압에서 수소와 이산화탄소로 분해하거나 전극을 통해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와 산소를 얻는데 촉매와 전극에 백금·팔라듐·이리듐·철·크롬·구리가 들어간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따르면 희유금속은 지난 10년간 평균 30배가량이나 가격이 올랐다.
김수경 지질연 광물자원연구본부장은 25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전쟁시대, 국내 소재산업의 원료 광물자원 확보 전략’ 토론회에서 “전기차 폐배터리와 태양광 폐패널 등을 포함해 자원재활용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광물이 어디에 어떤 형태로 얼마나 묻혀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국가광물자원지도 제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광물자원지도 제작을 위해 내년 50억원의 예산을 국회에 요청했다. 9년 프로젝트인 광물자원지도에 앞으로 4년간 매년 50억원씩 투입하고 이후에는 금액을 조정한다는 복안이다.
지질연은 지난해 배터리 소재 원료인 바나듐과 리튬을 미래 중점 연구 광물로 정하고 오는 2020년부터 부존 조사와 기술개발, 고순도 원료광물 제조 기술개발에 본격 나서기로 했다. 2023년까지 바나듐 매장량 지도를 완성하고 2026년에 시험설비 구축을 통한 핵심원료 상용화에 나서기로 했다. 김 본부장은 “대동여지도나 보물지도처럼 국가광물자원지도를 확보하고 선진 탐사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허은녕 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 교수)은 이날 “미국·일본·유럽은 20여년 전부터 자원안보를 위한 전략을 수립해 수입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갖고 실천방안을 구축했다”고 소개했다. 실제 미국은 지난 2001년 국가에너지정책(Cheney 보고서)을 계기로 자원 개발, 원전 재개, 셰일가스(오일) 개발에 적극 나섰고 유럽연합(EU)은 2002년 에너지 장기계획 수립을 통해 북해유전·가스전과 프랑스 원전 효율화, 재생에너지 확대, 자원 확보에 돌입했다. 일본도 2003년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해 체계적인 에너지·자원 관리를 하고 있다.
지질연에 따르면 세계 최대 희유금속 매장국인 중국과 달리 한국과 일본은 자원빈국이나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폐자원을 쌓은 도시광산을 통해 일부를 충당한다. 정련·소재화·재활용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약 416조원 규모의 도시광산이 있는데 금과 은만 해도 세계 매장량의 각각 16.4%, 22.4%를 차지할 정도다. 중국도 2030년 전기차 배터리 원료 중 40%를 재활용 원료로 공급하기로 하는 등 자원 재활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허 교수는 “우리나라는 자원을 95% 이상 수입하는데 자원 재활용과 순환을 위한 연구개발과 유인책을 늘리고 국제 자원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고상모 지질연 한반도광물자원개발융합연구단장은 “북한은 희토류 등 희유금속을 비롯해 금속·비금속 등 광물자원이 굉장히 많이 묻혀 있다”며 “앞으로 제철·제강, 비금속 요업 육성과 희토류 자석 등 신산업 창출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과학기술 교류협력이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도시광산 등 자원의 흐름을 파악하고 경제성과 환경규제 등을 살펴 자원전략을 만들어야 한다(이기웅 성일하이메탈 연구소장)” “산학연이 전략광종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법제화가 필요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김병환 한국광업협회 부회장)” 등의 의견도 나왔다.
토론회를 주최한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원료인 광물자원의 안정적 확보와 연구개발 강화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지질연·광업협회·한국광물자원공사·대한자원환경지질학회·한국자원공학회·한국광물학회가 공동주관했다. 김복철 지질연 원장은 “정부와 국회·산학연 협력으로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광물자원 기술개발을 고도화하겠다”고 말했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