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탄핵 절차가 시작되면서 기업들은 미국 투자와 대미·대중 수출 등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기업들은 가뜩이나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 탄핵이라는 메가톤급 악재가 더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엄치성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협력실장은 25일 “미중 무역분쟁, 한일 갈등, 사우디아라비아 테러,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등으로 현재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은 지난 2001년 9·11 테러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높아진 상황”이라며 “기업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불확실성인데 트럼프 대통령 탄핵 절차가 본격화할 경우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우리 기업에 굉장히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투자를 크게 늘린 기업들도 탄핵 절차가 시작되면서 복잡한 상황에 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국면에서 경제 성과를 강조하기 위해 한국 등 해외 기업을 상대로 미국에 투자하라는 압박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방한 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국내 기업인들과 만나 “앞으로도 대기업들을 필두로 한국 기업들이 대미 투자를 더욱 적극적으로 확대할 것을 당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 관련된 국내 기업의 경우 탄핵 관련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계 고위관계자는 “탄핵 절차 돌입이 당장 국내 기업의 미국 투자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대미 투자를 서둘러 진행하기보다는 탄핵 국면이 전개되는 추이를 보면서 투자 속도를 조절할 필요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탄핵 절차가 본격화해도 국내 기업의 미국 투자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기업들이 최근 미국 투자를 늘린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정책 때문에 미국 투자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해 결정한 것”이라며 “탄핵 절차가 진행되더라도 트럼프 정부가 해외 기업에 대한 투자 압박을 늘리기보다는 미국 내 생산공장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는 현재의 정책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용기자 jy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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