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2019 SK(034730) 이천포럼’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의 대표 기술을 활용한 고객 가치 창출을 강조했다. SK그룹이 반도체·전기차 배터리·5세대(5G)·바이오 등 세계 정상급 기술을 가졌지만 이를 활용해 고객을 확장해야 한다는 의미다.
SK텔레콤(017670)이 SK네트웍스(001740)로부터 렌터카 사업을 인수하는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SK텔레콤의 무선통신 기술은 5년 내 본격화할 자율주행차 및 차량 공유 시장에서 쌀과 같은 존재다. AI가 운전하는 5단계 완전자율차가 등장하면 자동차 제조사보다 통신사가 더 큰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준비 없이 시장을 공략하기는 힘들다. SK텔레콤은 렌터카 사업을 통해 달라질 모빌리티 시대에 대한 준비를 선제적으로 하겠다는 복안이다.
SK그룹은 AI와 바이오·에너지·정보통신기술(ICT)을 4대 성장동력으로 지목한 바 있다. 초연결사회가 도래하면 각 가정마다 사물인터넷(IoT)을 중심으로 한 IoT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컨트롤타워가 중요해진다. 구글이 구글 홈에 집중하는 이유다.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득세는 SK브로드밴드와 같은 유선사업자의 셋톱박스를 집안에서 내쫓고 있다. SK가 꿈꾸는 홈 IoT 생태계에서의 거점은 정수기와 같은 필수 가전 렌털 제품이 맡을 수밖에 없다. SK네트웍스뿐 아니라 SK그룹 차원에서 웅진코웨이 인수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SK그룹은 이미 SK텔레콤을 통해 ADT캡스를 인수, 홈 IoT 시대의 핵심 요소인 보안은 장착했다. 렌터카 사업을 통해 모빌리티를, 렌털 사업을 통신과 연계해 새로운 SK만의 생태계를 짤 것으로 전망된다.
관건은 SK네트웍스가 웅진코웨이를 실제로 인수할 수 있는지다. SK렌터카를 매각해 현금성 자산을 5,000억원 이상 확보하고 SK네트웍스가 보유한 전국 320개 주유소 토지 자산을 담보로 유동화하면 3,000억원 이상의 현찰은 문제없이 쥘 수 있다. 자체 현금성 자산(8,130억원)을 더하면 1조5,000억원 이상이 확보된다. 다만 공정거래법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SK네트웍스가 코웨이(47%)를 품으면 시장 점유율은 60%에 육박한다. 10%대 점유율을 가진 경쟁사를 압도하는 것이다. 정수기 렌털 계정만 160만개에서 코웨이(738만개) 인수시 900만 계정을 돌파한다. 전 국민의 20%가 SK매직 고객이 되는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웨이가 새 주인을 찾지 못해 생길 수 있는 문제를 고려한다면 과거 현대·기아차 사례처럼 SK네트웍스가 렌털 사업을 추가로 인수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며 “SK가 렌털 전문 기업으로의 변신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강도원·서일범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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