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울렛 보다 더 싸게”
장기 불황과 온라인 시장 확대 등으로 성장 한계에 부딪힌 국내 유통 업계가 2000년대 초 미국에서 시작된 불황형 유통인 ‘오프 프라이스 스토어(Off Price Store)’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직매입을 통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오프라인 매장을 떠나는 고객들의 발길을 붙잡겠다는 전략이다. 롯데와 신세계(004170)백화점에 이어 현대백화점(069960)까지 시장에 본격 뛰어들면서 앞으로 국내 백화점 ‘빅3’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대백화점은 오는 27일 현대시티아울렛 동대문점 지하 1층에 오프 프라이스 매장인 ‘오프웍스(OFF WORKS)’ 1호점을 오픈한다고 25일 밝혔다. 이로써 먼저 시장에 진출한 롯데와 신세계에 이어 국내 백화점 ‘빅3’가 모두 오프 프라이스 시장에서 본격적인 경쟁을 펼치게 됐다. 오프 프라이스 매장은 유명 브랜드의 재고 상품을 유통업체가 직접 매입해 기존 아울렛보다 저렴한 가격에 할인 판매하는 것이 특징이다. 할인율은 40~70% 수준으로 일반적인 아울렛 할인율 30~60%보다 높다.
현대백화점 오프웍스의 매장 규모는 600㎡(약 180평). 100여개 패션·잡화·리빙 브랜드의 이월 상품과 신상품으로 채워진다. 이월 상품은 최초 판매가 대비 40∼70%, 신상품은 15∼25% 싸게 판다. 매장은 발렌티노·생로랑 등 명품 브랜드를 직매입해 판매하는 ‘럭셔리 존’과 마쥬·산드로 등 컨템포러리 브랜드로 구성된 ‘우먼스 존’, 솔리드옴므·MSGM 등의 남성 브랜드를 취급하는 ‘멘즈 존’, 포트메리온·빌레로이앤보흐 등 식기 브랜드가 있는 ‘수입 식기존’ 등으로 구성된다.
앞서 가장 먼저 오프 프라이스 매장 사업에 뛰어든 롯데백화점은 지난 2015년 12월 가산 롯데아울렛에 오픈한 ‘롯데탑스(TOPS)’ 1호점을 시작으로 현재 총 40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패션·잡화 중심에서 지난해 말 리빙 카테고리 킬러숍 ‘탑스 메종’을 오픈해 패션과 라이프 스타일 전반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도 지난 2017년 8월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고양점에 처음 ‘팩토리스토어’의 문을 열고 현재 고양, 부산, 센텀, 파주, 강남점에서 4개의 오프 프라이스 매장을 운영 중이다. 세계 유명 브랜드는 물론 자체 콘텐츠인 분더샵부터 까사미아까지 다양한 신세계 브랜드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오프 프라이스 매장 사업은 백화점 업계의 장기적인 저성장 기조 속에서도 틈새시장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백화점 최초로 이 사업을 시작한 롯데탑스의 매출은 2016년 첫해 50억원에서 지난해 4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75%의 매출 신장세를 기록해 올해 목표 매출액인 800억원을 무난히 달성할 전망이다. 이번에 정식 매장을 오픈한 현대백화점도 지난해 9월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구점에서 팝업스토어 형태로 한 달 간 운영했던 오프웍스가 약 1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매출 목표치를 30%나 초과 달성하자 정식 매장을 오픈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오프 프라이스 매장 사업의 성장성이 뚜렷한 만큼 앞으로 백화점 빅3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매장 수를 늘리고 가격 경쟁에 나서는 등 사업 확대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현대백화점은 내년 6월에 문을 여는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과 같은 해 12월 오픈하는 남양주점에 각각 오프웍스를 오픈해 총 3개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현대백화점에 숍인숍(Shop in shop) 형태로 출점하거나 외부 쇼핑몰에 입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롯데백화점은 2020년까지 48개로 매장을 확대할 예정이다. 가장 많은 수의 백화점과 아울렛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활용해 지역별로 차별화된 매장을 선보일 계획이다. 올해 초 조직개편을 통해 상품본부 내 팩토리스토어 담당 부서를 신설한 신세계백화점도 대전 스타일마켓을 오픈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2008년 리먼 브라더스 금융위기 사태 이후 오프 프라이스 매장 사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대표적인 오프 프라이스 매장인 티제이맥스는 연간 36조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나친 할인 판매는 입점 매장으로부터 불만 등을 겪을 수 있고 앞다퉈 신규 출점에 몰두하다 보면 금세 포화시장으로 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