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의회의 탄핵 절차 돌입 소식이 전해지면서 코스피지수도 상승세를 멈췄다. 미국 증시 약세의 영향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외국인 매도 공세가 거셌다. 증시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소식과 함께 이달 초부터 계속된 상승장에 피로도가 쌓인 결과로 분석했다.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소식이 단기적으로는 국내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27.65포인트(1.32%) 하락한 2,073.39에 마감했다. 외국인이 3,771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면서 하락장을 이끌었다. 올 들어 네번째로 많은 물량이다. 그 여파로 지난 4일 이후 14거래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수가 하락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소식이 발표되면서 전날 미국 뉴욕 증시가 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13거래일 연속 오른 증시에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보인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으로 그간 상승세에 대한 피로감에 미 증시 하락 소식이 더해지면서 약세를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 탄핵을 단기적 악재로 본다. 미중 무역협상을 트럼프 대통령이 이끌고 있는 만큼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해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이 단기간에 해결되는 것도 아닌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으키는 불확실성은 이제 국내 증시에 ‘상수’처럼 작용하고 있는 만큼 과도한 하락으로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974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 하야 당시에도 시장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하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초래한 부분이 많아 탄핵 자체가 주가를 끌어내릴 악재는 아니다”라며 “단기적으로 흔들릴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결정적인 영향을 줄 만한 요인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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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는 단기적으로는 ‘속도 조절’ ‘숨 고르기’에 돌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트럼프 대통령 탄핵이 아니더라도 2,100선이면 밸류에이션에 대한 부담이 생긴다”며 “실적에 대한 부담감도 있기 때문에 조정 뒤 반등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때문에 외국인이 강하게 매도세로 돌아서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중 무역협상이 난항에 빠지면 2,000선이 무너질 수 있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향후 증시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대략 세 가지를 꼽았다. 3·4분기 기업 실적과 이와 연계한 경기 바닥에 대한 확신, 그리고 미중 무역협상 결과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주요2개국(G2)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중국 경기의 연착륙을 기대할 수 없고 대중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센터장도 “3·4분기 삼성전자(005930) 실적에서 긍정적인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며 “미중 무역분쟁 역시 증시 방향성에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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