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공식 통계가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체감물가(물가인식)와 지표물가의 격차 확대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지표물가는 바닥을 맴도는데 정작 국민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이와 차이가 있어 소비 심리 위축과 경기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물가인식은 한국은행이 전국 2,500가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뒤 발표하는 수치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지난 8월 조사된 물가인식(2.1%)은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과의 격차는 2013년 10월(2.1%) 이후 6년 만에 최대로 벌어졌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는 총 460종의 상품·서비스 가격을 토대로 집계하는 반면 물가인식은 일반 국민이 자주 접하는 몇 가지 품목의 가격 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낮아지면 당장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향상될 수 있으나 체감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실질적인 소비 증대로 이어지기 어렵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체감물가와 지표물가의 괴리는 당분간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소비자물가 상승률 하락으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면서 일반 국민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점점 떨어지는 모습이다. 한은이 26일 발표한 ‘9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의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한 달 전보다 0.2%포인트 하락한 1.8%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2년 2월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국민들이 앞으로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어떻게 전망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인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2013년 9월 2.9%를 나타낸 후 올해 8월까지 5년 11개월 동안 2%대를 유지했으나 이달 1%대로 주저앉았다. 한은 관계자는 “농산물 하락에 수요 요인까지 겹치면서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몇 달 동안 ‘마이너스’ 물가가 이어지면 디플레이션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는 기저효과가 완화하는 올 연말부터는 물가 상승률이 0% 중후반대로 올라갈 것으로 예측하면서 일각에서 제기하는 디플레이션 우려에 선을 긋고 있다. /세종=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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