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신용대출이 2개월 연속 1조원을 돌파하며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 간 금리 인하 경쟁으로 신용대출 금리가 3%대로 내려간데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부족한 자금을 신용대출로 메우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8월 말 신용대출 잔액은 16조1,167억원으로 전달보다 1조6,479억원이 증가했다. 7월에도 1조1,875억원 늘어나 2개월 연속 1조원대 이상 늘었다. 통상 5월에 계절적 수요 등이 몰려 신용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지만 7~8월에도 증가세를 이어가는 것은 이례적이다. 은행 관계자는 “지난 7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신용대출 금리가 함께 내려가면서 수요가 몰렸다”고 말했다. 은행연합회 공시를 보면 국내 16개 은행의 8월 가계 신용대출 금리는 평균 4.09%로 전달(4.40%)보다 0.31%포인트 하락했다. 시중은행의 신용대출은 3%대로 내려앉았다. 국민은행은 3.47%, 신한은행 3.08%, 우리은행 3.27%, 하나은행 3.58% 등이다. 신용 1~2등급의 우량 고객은 2%대 금리를 적용받고 있다. 우리은행은 2.85%, 하나은행 2.88%, 농협은행 2.89%의 신용대출 상품을 내놨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는 2%대 금리(2.93%)의 신용대출로 고객을 유치하는 등 금리 인하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LTV나 DTI 40% 제한 등의 주담대 규제 때문에 부족해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신용대출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신용대출 금리가 은행 간 인하 경쟁으로 주담대 금리와 비슷해지면서 신용대출에 대한 금리저항도 낮아지면서 신용대출 수요가 급격히 불어났다는 것이다.
한은의 8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8월 주담대 금리는 전달보다 0.17%포인트 하락한 2.47%로 집계돼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시중은행 신용대출 금리도 잇따라 인하돼 3% 초반으로 내려앉아 격차를 좁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담대 대출금리와 우량 고객 신용대출 금리가 비슷해지며 신용대출에 부담감이 줄어들어 신용대출이 늘고 있다”며 “다만 금리 인하 기조에 향후 경제 상황에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면서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한 신용대출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 부진이 이어지는 만큼 신용대출의 부실 가능성도 커질 수 있기 때문에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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