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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직접투자 150억弗 역대 최다…기업들 '엑소더스 코리아'

노조 몽니·규제 족쇄

경영환경 갈수록 악화





국내에서 해외로 빠져나가는 해외직접투자(ODI)가 2분기 연속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현지 투자가 자연스레 늘어나는 상황에서 강성 노조의 득세, 겹겹이 쌓인 규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같은 반(反)기업적 경영환경이 이를 가속화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계에서는 “한국을 떠나는 데 더 이상 미련이 없다”는 탄식이 나온다.

27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9년 2·4분기 해외직접투자 동향’에 따르면 이 기간 해외직접투자액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3.3% 늘어난 150억1,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직전 1·4분기에 무려 44.9%나 급증하며 141억1,000만달러를 기록해 역대 최대를 나타낸 데 이어 한 분기 만에 또다시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지난 1981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다.

한국 경제의 허리인 제조업의 해외직접투자는 57억5,000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14.3% 증가했다. 금융·보험업 투자도 크게 늘었다. 이 분야의 해외투자는 52억2,000만달러로 같은 기간 35.2% 증가했다. 정부는 국내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국내 유동자금이 수익을 좇아 해외 선진시장 펀드 투자 형태로 빠져나갔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경영계에서는 “열악한 국내 경영환경이 기업을 해외로 내몰고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정부는 해외직접투자가 2분기 연속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데 대해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 경제의 특성상 현지시장 진출과 선진기술 도입 등을 위한 해외직접투자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제조업 해외투자가 증가한 데는 대형 인수합병(M&A)과 현지 생산설비 확대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했다.



“反기업에 지쳐...韓 떠나는데 미련없다”

제조업 “시장 인접지역서 생산 유리” 57.5억弗 투자



금융·보험도 52억弗 유출...“노동개혁·규제 해소 시급”



실제 올 상반기 제조업의 목적별 투자 비중을 보면, 현지시장 진출(71.4%)이 압도적이다. 국내에서 생산해 해외로 수출하기보다 시장과 인접한 지역에 생산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효율성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최근 각종 비관세장벽 등 무역갈등이 격화하는 것도 원인으로 볼 수 있다. 미국 투자는 32억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14.7% 늘었고 중국 투자도 20억8,000만달러, 123.7%나 급증했다.

정부는 국내 유동자금이 해외 부동산 투자로 쏠린 것도 전체 해외직접투자 규모를 끌어올린 배경으로 봤다. 2·4분기 금융·보험업의 해외직접투자는 52억2,000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35.2% 늘었다. 상반기에만도 금융·보험업에서 104억6,0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2016년 한 해 이 분야의 해외직접투자 규모인 93억5,000만달러보다 많다. 이런 추세라면 2017년 134억1,000만달러, 2018년 162억3,000만달러 기록도 앞지를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정부가 ‘소규모 개방경제’ 구조에 따른 해외투자 증가의 불가피성을 강조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환경을 더 큰 원인으로 지목했다. 권력집단화된 강성 노조의 파업이 일상화되다시피 하고,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경직화된 노동시장 구조, 기업 수용성을 고려하지 않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 등 국내에 기업 투자를 유인할 만한 매력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현대차 노조의 경우 올해 8년 만에 무분규로 임단협을 마무리했지만 최근 3년간 평균 파업일수는 17일, 이에 따른 연간 평균 생산차질 대수는 8만대(KB증권 추정)를 넘어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는 생산성 향상을 저해하는 규제 철폐와 노동개혁을 줄기차게 주문하고 있지만 이익집단과 노동계의 반발, 이들의 눈치를 살피는 정치권 때문에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글로벌화로 국내 기업이 해외투자를 늘리는 측면도 있지만, 문제는 국내에 할 수 있는 투자마저 해외에서 한다는 것”이라며 “이는 국내 기업환경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원 전 국제노동고용관계학회장도 “최근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 증가는 글로벌 밸류체인하에서 투자처가 해외로 이동했다기보다, 국내 기업환경 문제가 더 크다”고 말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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