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인 부자는 1년 새 1만3,000명 늘어 전년 대비 4.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최근 5년 내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코스피지수가 급상승한 지난 2017년에는 부자 수가 14.4% 늘었지만 지난해는 증시 급락으로 증가 폭이 크게 둔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융자산 비중도 5년 만에 처음으로 40% 밑으로 내려갔다.
29일 KB금융(105560)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19한국부자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인 개인은 32만3,000명으로 1년 새 4.4% 증가했다. 이는 201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2015년과 2016년에는 각각 7%, 6.6% 증가했고 2017년에는 증시 반등의 영향으로 14.4%에 달하는 증가율을 기록했으나 지난해에는 코스피지수가 17.3% 급락하면서 금융자산 증식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한국 부자의 금융자산 비중도 39.9%로 떨어져 5년 만에 처음으로 40%를 밑돌았다. 최근 3년간 부자들이 주식과 펀드에서 각각 28.1%, 27.8%에 달하는 손실을 입으며 자산 비중도 자연스럽게 축소된 것으로 풀이됐다. 대신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성 금융자산의 비중이 1년 새 4.3%포인트 늘어 전체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4%에 달했다. 그만큼 투자처를 결정하지 못한 대기성 자금이 늘어났다는 얘기다.
다만 개인 보유 금융자산 중 부자들이 소유한 자산 비중은 0.63%로 전년보다 0.03%포인트 증가했다. 이들이 보유한 금융자산은 총 2,017조원으로 1인당 평균 63억원가량을 보유하고 있었다.
부자들의 주된 투자처는 부동산이었다. 전체 자산의 53.7%가 주택·빌딩·토지 등 부동산에 투자됐고 장기적으로 유망한 투자처로도 61.6%가 부동산을 꼽았다. 이는 부동산을 통한 자산가치 증식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현재의 부를 이룰 수 있었던 주된 원천으로도 부자들은 사업소득 다음으로 부동산을 꼽았다.
이들은 거주주택을 통해서도 부의 증식 효과를 톡톡히 봤다. 부자 10명 중 7명이 서울과 수도권에 몰려 있으며 서울 지역 부자들의 절반은 서초·강남·송파 등 집값 상승이 집중됐던 ‘강남 3구’에 거주했다. 이들 중 거주주택으로 손실을 경험했다는 투자자는 1.2%에 불과했고 거주 외 주택이나 빌딩·상가 투자로 손실을 입었다는 응답도 각각 2.5%, 3.7%에 그쳐 주식(55.9%)이나 펀드(24.8%) 투자로 손실을 본 비중보다 크게 낮았다.
해외투자도 부동산을 선호했다. 부자들의 투자 선호지역은 베트남이 57.1%로 가장 높고 싱가포르(32.1%), 중국(30.7%), 말레이시아(26.4%) 등의 순이었다. KB금융연구소는 “해외투자에 관심이 있는 부자들은 현지 정책과 세제·시장현황 등 정보 확보가 어려워 직접투자보다는 펀드나 리츠를 통해 투자하려는 경향이 높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올해 투자계획에서는 금융자산은 물론 부동산에서도 유보적인 태도가 감지됐다. 금융자산을 늘리겠다는 답변은 10%로 지난해(26.5%)보다 줄었고 거주 외 부동산에 대해 투자 의사를 밝힌 답변은 21.5%로 금융자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호적이었으나 지난해 응답률(38.8%)에 비하면 관망하는 태도가 두드러졌다. 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경기둔화와 부동산 규제 등으로 적극적인 투자를 보류하는 부자들의 태도가 두드러진다”며 “거주 외 부동산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투자를 늘리기보다는 유지하겠다는 답변이 압도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총자산 규모가 50억원 이상인 부자들의 부동산 선호가 50억원 미만 부자들보다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주 외 부동산 투자를 늘리겠다’고 응답한 50억원 미만 부자는 17.1%인 데 비해 50억원 이상은 28.1%로 나타났다. 반면 50억원 미만 부자 중 ‘금융자산 투자를 늘리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11.7%로 50억원 이상 부자(7.5%)보다 높았다.
한편 올해로 아홉 번째 발간한 부자보고서는 한국은행, 통계청, KB금융 고객 데이터를 토대로 작성됐으며 설문조사 내용은 1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 보유자 400명의 응답 결과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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