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사진) 한국은행 총재가 “9월 소비자물가가 공식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해도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은 아니다” 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통계청이 내달 1일 소비자물가를 발표하면 디플레 논란이 증폭될 것을 우려하며 선제 대응했다는 분석이다. 이 총재는 다만 올 성장률 전망치인 2.2%에 대해 “경기 하방 리스크가 더 커 녹록지 않다”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지난 27일 인천의 한은 인재개발원에서 기자들을 만나 “9월 소비자물가를 ‘마이너스’로 예상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물가 상승률이 8월에 0%, 9월에 마이너스가 나온다면 디플레 논란이 커지지 않겠느냐”면서 “하지만 지난해 농수산물 가격이 급등한 데 따른 기저효과로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 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디플레는 물가 하락이 장기간 지속되고 그 품목 수도 많은 경우” 라며 “우리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고, 이르면 연말이나 내년 초에 물가는 1% 내외로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1%대로 낮아진 것을 두고도 그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 이상으로 낮아진 것이 영향을 줬을 것”이라며 “과거에도 물가 하락에 기대 인플레가 떨어졌다가 물가가 오르면 다시 올라가는 패턴이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총재는 “올해 성장률 2.2% 달성이 녹록지 않다”며 “지난 7월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은 이후 경기 흐름을 종합해 보면 하방 리스크가 더 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무역분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 연내에는 글로벌 경기 흐름이 반등 모멘텀을 찾기가 쉽지 않겠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또 “내년 경기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미중 무역분쟁의 전개 양상과 반도체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할 것인지”라며 “두가지 ‘키 팩터’(key factor)는 지금 자신 있게 말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화정책 방향을 두고 “지난 8월 대외 여건과 국내 성장·물가 전망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점을 고려해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운영하겠다고 했었고, 이 기조에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인천 = 손철기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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