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009150)가 추진 중인 중국 톈진 전장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공장의 추가 투자가 당초 계획보다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주 수요처인 중국의 전기차 판매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올 하반기 이사회를 열고 중국 톈진시에 짓고 있는 전장용 MLCC 공장에 대한 추가 투자를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9월 이사회를 열고 중국 톈진 생산법인에 전장용 MLCC 공장을 신축하기 위해 5,733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전기는 올해 말 공장을 완공한 후 시장 상황에 따라 약 3,000억~4,000억원 규모의 추가 설비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었다.
삼성전기의 추가 투자 계획의 발목을 잡은 것은 중국의 전기차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가 지난 6월25일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대폭 삭감하기로 하면서 중국의 전기차 판매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7월 중국 전기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4.7% 줄어들며 첫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이어 8월에는 16% 줄어 감소폭이 더 커졌다. 향후 시장 전망도 어둡다. 중국 정부가 내년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아예 중단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중국 전기차 시장이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며 “중국 수요를 믿고 대규모 투자를 했다가 가동하기 시작하면 감가상각으로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삼성전기도 추가 투자 시기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기의 한 관계자는 “현재 생산라인에 대한 발주는 애초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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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기차 시장의 둔화는 삼성전기의 전체 실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정보기술(IT)용 MLCC의 실적 호조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으나 올해는 IT 수요가 부진하면서 실적이 크게 둔화됐다. 이에 전장·산업용 등 비IT용 MLCC 비중을 높여 만회한다는 계획이지만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의 부진으로 계획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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