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집을 운영하는 A 대표가 카드 결제를 기반으로 한 매출 관리 서비스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월이었다. 매출 흐름을 쉽게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어떤 고객의 발길이 뜸해졌는지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최근 이탈한 고객들의 성향을 파악한 점주는 단골 위주의 ‘프로모션’을 시행했고 매출은 다시 반등했다.
문재인 정부는 서민 경제, 그중에서도 소상공인을 살리겠다고 공언했다. 1월에는 5당 대표들이 소상공인기본법을 통과시키겠다고 한목소리로 약속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체감할 정도의 변화는 없다. 올해 말 국정감사와 내년 총선 정국이 이어지면 소상공인 관련 법안 처리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소상공인은 하루하루 퇴출의 위험을 안은 채 생존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한 자영업자는 “순이익이 0원만 돼도 언젠가 장사가 잘되겠지 하며 버티겠지만, 지금처럼 적자가 누적되면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이런 가운데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스타트업 서비스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알밤(자영업·중소기업 급여 관리)·캐시노트(소상공인 매출관리)·위대한상사(공유점포 플랫폼)·아이디어스(소공인 대상 판매 플랫폼) 등 최근 몇년 사이 시장에 나온 스타트업들은 소상공인의 생존율을 높이고 사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도록 돕고 있다. 물론 사기업인 만큼 해당 분야의 사업성을 보고 뛰어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서비스의 상당 부분을 일찌감치 공적인 영역에서 해결했더라면 더 많은 소상공인이 혜택 받았을 분야다. 소상공인 영역에서 정부와 정치권이 갈팡질팡하는 이유는 뭘까. ‘압도적으로 많은 표’를 의식하고 눈에 보이는 정책에만 신경 쓰다 보니, 실상 소상공인이 발 딛고 있는 토대를 단단히 하는 인프라 구축에는 미흡했다. 또 스타트업 전문경영인(CEO)과 달리 정치권에서는 리스크를 감내하고 달려드는 사람이 없다. 스타트업은 고객(소상공인)의 호응을 받지 못하면 시장에서 즉각 퇴출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고 소상공인 대책을 서두르지 않아도 퇴출당하지 않는다. 최근 소상공인연합회가 정치세력화를 선언했다. 이 같은 행보에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하지만 소상공인 정책만큼은 반드시 책임지겠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호응을 얻고 있다. ‘권한은 있고 책임은 없는’ 기성 정치권에 신물이 난 소상공인의 마지막 몸부림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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