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의 보완책으로 피감기업의 감사인 재지정 요청 범위를 넓힌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는 기업이 외부감사인을 자발적으로 6년간 선임하면 그 다음 3년은 증권선물위원회에서 감사인을 지정받는 제도를 뜻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30일 서울 마포구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서 ‘회계개혁 정책지원단 제 3차 회의’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김정각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의 주재로 열린 이번 회의에는 금감원·한국거래소·회계기준원·한국공인회계사회를 비롯해 금융투자협회·상장회사협의회·코스닥협회 등 경제단체와 롯데지주·두산인프라코어·파크시스템스·오로라월드 등 각 기업 회계업무 담당자들이 참석해 감사인 주기적 지정제와 상장회사 감사인 등록제 등 각종 회계정책과 관련한 사안을 논의했다.
우선 금융위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에 대해 “감사보수 상승 등 기업 측 부담을 고려해 피감 회사인 기업이 하위 그룹으로 감사인 재지정 요청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규정에 따라 감사인을 재지정하려면 피감회사는 자신보다 상위 그룹인 감사인을 지정해야 하는데 이를 하위 그룹까지 허용하겠다는 의미다. 보통 대형 회계법인이 감사보수가 더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규정으로 피감법인의 비용부담 상승 우려는 다소 완화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금융위 관계자는 “실제로 감사인 재지정을 요청하지 않더라도 더 낮은 보수의 회계법인과 계약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에 피감 회사인 기업 입장에서는 감사인과의 계약에서 협상력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기업 측에서 꾸준히 요청해온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감사 계약 체결기한도 탄력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원칙대로라면 감사인 지정일로부터 2주 이내에 감사 계약이 체결돼야 한다. 그러나 올해가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시행 첫해라는 점을 고려, 감사 업무에 지장이 없는 한도에서 체결 기한에 여유를 주겠다는 의미다.
이날 금융위는 기업들이 우려하는 만큼 상장회사 감사인 등록제가 회계법인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하진 않을 거라고도 덧붙였다. 금융위는 “등록·신청한 회계법인이 2019년 기준으로 전체 상장사의 90%를 감사하고 있어 2~3차 등록심사가 완료될 경우 (감사인 등록제가 생각보다) 우려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상장회사 감사인 등록제란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회계법인만이 상장사 감사를 맡을 수 있게끔 하는 제도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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