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일본 2위 이동통신사 KDDI와 5G 기지국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통신 장비 시장의 판을 흔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전세계 통신 장비 시장 점유율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지만 5G 상용화가 시작되면서 급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델오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4분기~올해 1·4분기 전세계 5G 통신 장비 점유율 37%로 1위를 차지했다. 뒤이어 화웨이가 28%로 2위를 기록했으며 △에릭슨 27% △노키아 8% 순이었다. 이는 통상적인 통신장비 점유율과는 전혀 다른 결과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통신장비 점유율 1위는 화웨이로 31%를 기록했다. 5G 장비 1위인 삼성전자의 경우 전체 통신장비로 범위를 넓히면 6.6%의 점유율에 불과하다.
통신장비 시장에서 ‘언더독(underdog·승리할 가능성이 낮은 약자)’이었던 삼성전자가 올해 들어 반전을 일으킬 수 있었던 이유는 5G 투자와 미국발(發) 화웨이 제재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이동통신 3사는 지난 4월 전세계 최초로 5G 상용화에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국내 통신장비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 삼성전자는 미국에서도 버라이즌·AT&T·스프린트 통신사와 5G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 역시 삼성전자에 반사이익을 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자국은 물론 우방국가에도 보안 우려를 이유로 화웨이 5G 장비를 도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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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갖추고 있는 기술력도 점유율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네트워크 장비와 칩셋, 스마트폰 등 모든 제품군에서 5G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5G 통신장비뿐만 아니라 전체 장비 시장에서 내년까지 글로벌 점유율 2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일본을 비롯해 글로벌 시장에서 5G 통신 장비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일본시장의 경우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19일 도쿄로 방일해 일본 1위 이동통신 회사인 NTT도코모와 2위 이동통신 회사인 KDDI 본사를 방문, 두 회사 경영진과 5G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5G 상용화가 곳곳에서 시작되면서 앞으로 통신 장비 공급 업체들간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IBIS에 따르면 전세계 5G 시장 규모는 내년 378억 달러(약 45조 2,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 1위 장비 업체인 화웨이의 경우 현재까지 유럽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50여개 5G 계약을 체결했다. 화웨이는 “5G 기지국 20만대 이상을 출하했고 올해 60만대 이상을, 내년까지 150만대 이상의 기지국을 출하할 계획”이라고 자신했다. 특히 5G 단독규격(SA) 장비를 공급하기 위해 국내 통신 3사와도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받은 ‘삼성·화웨이 5G장비 성능 이슈 동향’에 따르면 지난 8월 말부터 양사의 기지국 성능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노키아 역시 국내 통신 3사를 비롯해 전세계 5G 상용계약 48건을 돌파했다고 밝힌 바 있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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