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이 자신에 대한 탄핵 조사에 돌입했지만 당사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독불장군’식으로 대응, 측근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고 CNN방송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측근들이 내년 대선까지 끌지 않겠다며 탄핵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별도의 탄핵 대응팀을 꾸릴 필요가 없고 자신의 능력만으로 민주당에 반격할 수 있다고 자신하며 느긋한 반응을 보인다고 복수의 백악관 관계자들은 밝혔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 사이에선 대통령이 탄핵 절차가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는지,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결과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말을 참모들과 지지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내부고발자와 이 내부고발자에게 자신과 외국 정상 간의 대화 정보를 유출한 이들을 욕하면서 보냈다고 CNN은 전했다.
또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내부고발자 색출을 요구하고, 그에게 정보를 제공한 관리들이 첩자 행위를 했다고 비난하는가 하면 자신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각색’한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을 반역죄로 심문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 논쟁만 확산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 외에 기대는 곳은 자신에게 우호적인 공화당 의원들이다.
그러나 공화당 의원들도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의 대화 내용을 정당화하며 두둔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라고 CNN은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손꼽히는 린지 그레이엄(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이날 CBS방송의 시사프로그램인 ‘60분’에서 마치 준비해온 원고를 읽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케빈 매카시(캘리포니아)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도 이 방송에서 백악관의 ‘논지’를 반복하다가 지적을 받는 등 강력한 반박 근거 없이 트럼프 대통령을 비호하는 데 그쳤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극도의 분노만 표출하자 오히려 공화당 내 균열을 가져온 것으로 분석된다.
예컨대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에 자신의 기독교계 측근 중 한 명인 로버트 제프리스 목사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한 발언을 전하며 “만일 민주당이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데 성공한다면, 이는 마치 남북전쟁처럼 우리나라가 결코 치유하지 못할 균열을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이런 표현에 대해 당내 의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애덤 킨징어(공화·일리노이) 하원의원은 이 같은 내용의 트윗이 올라오자 곧바로 반박 트윗을 올려 “혐오스러운 정도를 넘어섰다”며 비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외부의 도움을 받는 데 거부감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탄핵 대응팀을 구성하고 예전 보좌관들을 데려와 도움을 받자는 제안이 내부에서 나왔지만, 약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를 일축했다는 것이다.
지난주 일부 측근들 사이에서 대선 캠프 참모였던 코리 르완도스키 전 선대본부장을 데려와 탄핵 대응팀을 맡기자는 얘기가 나왔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 이야기가 공론화된 것에 분노하면서 없던 일이 됐다.
또 몇몇 인사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가 트럼프 대통령을 돕고 있지 않다고 귀띔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로 변호사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백악관 내부에선 초기 여론 조성 기회를 놓쳤다는 견해가 나오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백악관 변호인단 및 개인 변호사와 만나 민주당의 탄핵 조사에 어떻게 대응할지 전략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좌관들은 이번 주중 탄핵 대응 계획에 대해 추가 설명을 할 예정이라고 내부 관계자들은 전했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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