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외 안보정책에서 강경론을 주장하다 경질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30일(현지시간)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더 나은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지금은 한반도에서의 미국의 관여를 늘릴 때라고 언급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한 국제학술행사의 기조연설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ISOMIA·지소미아) 종료와 중국의 군사·정치·경제적 성장 등을 거론하며 “이런 우려의 모든 것이 한국과 주변에 대한 중요한 리스크와 위험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또 “(주한미군) 기지 비용과 같은 사안에 대해 더 나은 방위비 분담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미국이 관여하지 않거나 철수할 때가 아니다. 아시아의 한반도와 전 세계에서 더 많은 미국의 관여와 리더십이 필요한 때다. 더 적게가 아니라 더 많이다”라고 강조했다.
기본적으로는 한국의 방위비 분담 증액이 필요하지만 액수에 있어서는 미국의 대북·대중 대응 등에 대한 한국과의 협력 필요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볼턴 전 보좌관은 문답에서도 “미국과 동맹국은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방위비 분담 문제에 대한 성숙한 논의를 하면서 동시에 김정은이 무엇을 할지에 대해 우리가 정말로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성숙한 논의를 하는 게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볼턴 전 보좌관은 한국과 일본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이 필요하다는 기본 입장은 분명히 했다.
그는 ‘미국이 한국에 50억 달러 부담을 요구한 것으로 보도됐는데 한국이 이를 맞추지 못하면 어떻게 될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비용의 공정한 몫을 부담하라고 하는 게 부적절하지는 않다”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한 미국의 방위비 부담 압박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일본에 이렇게 말하겠다. 재조정이 있을 것이고, 있어야 하며 협상을 하게 될 것이다. 숫자가 어떻든 협상 시작에 내놓은 액수는 시작 액수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보자. 하지만 여느 때 같을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볼턴 전 보좌관이 경질되기 전 7월말 방한 당시 미국이 한국에 50억 달러 부담을 요구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한미는 내년부터 적용할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이달 시작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한미연합훈련과 준비태세에 대한 질문에 “한국에 있는 우리 병력의 슬로건은 ‘파잇 투나잇(Fight Tonight)’이고 그들이 오늘밤 싸울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미국인의 안전에 대해, 그들이 거기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물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한미연합훈련 축소의 영향을 거론하며 “당국의 검토가 필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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