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유엔총회 열린 뉴욕서 양측 비밀접촉 시도 ‘불발’”
로하니, 2013년엔 오바마 대통령과 통화…핵협상 물꼬 터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지난달 말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러브콜’에 모두 퇴짜를 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뉴욕타임스(NYT)는 유엔 총회가 한창이던 지난 24일(현지시간) 밤 로하니 대통령의 숙소인 유엔 본부 인근의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트럼프 대통령, 마크롱 대통령이 로하니 대통령과 접촉하려 했으나 로하니 대통령은 이들의 대화 제안을 일축했다고 지난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이날 세계 각국 정상들이 묵던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서는 할리우드 첩보 영화를 방불케 하는 정상들 간 물밑 접촉이 긴박하게 전개됐다.
당시 힐튼 호텔의 방 하나에 은밀하게 설치된 전화선 한쪽 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로하니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었으나, 로하니 대통령은 자신의 스위트룸에서 나와 수화기를 드는 것을 끝내 거부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로하니 대통령과의 전화 연결 시도는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미국과 이란 사이의 중재역을 자임해온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 의해 이뤄진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 또한 이날 밤 소수의 측근을 대동한 채 로하니 대통령의 숙소를 예고 없이 찾았으나, 결국 로하니 대통령을 만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
NYT는 이번 일을 알고 있는 3명의 인사를 인용, 마크롱 대통령의 일행이 로하니 대통령의 스위트룸 밖에서 응답을 기다리고 있었으나, 로하니 대통령이 방 밖으로 나오길 거부하는 바람에 결국 빈손으로 돌아섰다고 전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도 지난달 28일 “유엔총회에 참석한 로하니 대통령을 만난 유럽 정부 정상이 모두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보라고 설득했다”는 말로 유럽 정상에 의한 미-이란 중재 시도가 있었음을 암시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對)이란 제재를 해제하리라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이 같은 대화에 응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용만 당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접촉을 아예 거부한 것이라고 이번 일을 아는 사람들은 해석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 접촉할 경우 미국과의 대화 자체에 분노를 표출한 자국 내 강경파들을 자극해 국내에서 정치적인 역풍에 휘말릴 수 있다는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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