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3만 종류 소스(조미류)를 생산하는 동원홈푸드 충북 충주 스마트팩토리. 수많은 제품을 맞춤형으로 생산해야 하지만 작업자는 그렇게 분주하지 않다. 대신 원격 모니터에 ‘라인에 물량 투입, 현재 남은 물량, 현재 목표율 출고 중’ 등의 메시지가 끊임없이 표시될 뿐이다. 소스 종류별로 다른 라인의 최적 온도 역시 모니터가 조절·관리한다. 포장도 공중에서 내려온 로봇팔이 수행한다. ‘엄마의 손맛’을 대신하는 소스는 이런 자동화 환경에서 탄생한다. 소스는 재료의 미세한 배합 비율이 맛을 좌우해 전자동화 필요성이 높다. 동원홈푸드가 국내 최대 소스 공장에 전자동화를 도입한 것은 이런 이유다.
우유보다 큰 시장인 소스 시장에 동원홈푸드가 본격적인 도전장을 던졌다. 식탁의 조연이었던 소스류가 가정간편식(HMR)과 다양한 외식문화의 발달로 식탁의 주연으로 발돋움하고 있어서다.
동원홈푸드는 1일 충주 메가폴리스 산업단지 내에서 기업간거래(B2B용) 소스류를 생산하는 충주 신공장을 열었다. 경기악화로 국내 식품산업이 주춤한 가운데 700억원을 투자한 국내 대규모 공장은 이례적이란 게 업계의 평가다.
◇재료 수급부터 포장까지 전자동=동원홈푸드 충주 스마트팩토리는 국내 식품 공장 중 가장 최첨단으로 꼽힌다. 재료 입고부터 계량, 배합, 살균처리에서 심지어 포장까지 모든 공정이 전산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이번 공장은 동원홈푸드가 지난 2017년 착공한 가산 HMR 공장 이후 2년 만에 선보인 공장이다. ‘더 반찬 공장’, 동원산업과 손잡은 성남 물류센터와 함께 동원홈푸드의 ‘3각 편대’를 완성하는 거점이다.
소스 공장의 관건은 자동화율을 높여 동일한 품질의 소스를 대량생산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충주 공장은 전자동화를 구현해 3만여 종에 달하는 조미식품을 동일한 품질로 대량생산할 수 있다. 충주 공장은 동종업계 타사의 공장과 대비해 생산성이 두 배 이상 높다는 평가다.
◇B2B 소스 시장서 부동의 1위 겨냥=국내 소스류 시장은 HMR과 외식트렌드 발달로 B2B 분야가 급성장하고 있다. 소스류 시장은 지난해 기준 B2B 시장 규모가 1조4,000억원으로 소비자시장(B2C) 1조2,000억원을 앞섰다. B2B 소스류는 가공식품이나 외식 프랜차이즈 식품 제조 등에 주로 활용된다.
국내 B2B 소스류 시장 선두기업인 동원홈푸드는 기존 아산공장에 이어 이번 충주 신공장 오픈을 계기로 확고부동한 시장 1위 위상을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올해 기준으로 연 매출 1,900억 원 규모인 자사 소스류 부문 매출을 오는 2023년까지 3,000억 원으로 끌어올린다. 충주 신공장 내에도 연구소를 만들고 인력을 투입해 조미식품 연구역량을 강화할 예정이다. 신영수 동원홈푸드 대표는 “수만 가지 레시피로 어머니의 손맛을 대신해줄 수 있는 소스류를 스마트팩토리를 통해 생산할 수 있게 됐다”며 “충주 공장의 장점은 전자동화 시스템으로 외식업체 등의 맞춤형 주문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우유보다 커진 소스 시장=현재 소스는 시장 규모 면에서 ‘조연’ 역할을 벗어났다. 흔히 소스라고 하면 조리 시 첨가하거나 완성된 음식을 찍어 먹는 보조제로 생각하게 마련이지만 조연이 주연을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고추장·된장·쌈장·간장을 포함한 국내 전통 장류 시장은 2016년 5,234억원에서 지난해 5,304억원으로 사실상 정체 상태지만 소스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통계청의 식품별 생산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소스 시장 생산액은 2조5,851억원으로 우유류(2조4,232억원)을 앞서며 5위로 올라섰다. 축산물 시장을 제외하면 즉석식품 시장 다음으로 큰 규모다. 지난 2017년 소스류 생산액은 2조4,965억원으로 우유류(2조5,893억원)에 뒤이었으나 1년 만에 위상이 달라졌다.
업계는 소스류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더욱 밝게 점치고 있다. 국내 외식산업 규모는 지난 10년간 약 2배로 커졌고, HMR로 통칭되는 즉석 조리식품 또한 큰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소스는 B2C와 B2B 모두 성장 모드”라면서 “특히 다양한 외식산업이 발달해 보다 다양한 소스에 대한 업첻ㄹ의 니즈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