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를 포함한 그룹 계열사들의 주주관리(IR)담당 조직이 사장실 직속으로 격상됐다. 투자자들과 직접 만나는 IR조직의 책임과 권한을 높여 주가관리에 적극 나서겠다는 전략으로 평가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단순 주가관리 뿐 아니라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행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차(005380)는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재경본부 산하의 IR담당 조직을 사장실 직속으로 분리시켰다. 기존에는 사장실-재경본부-IR담당의 위계체계였지만 사장실-IR담당으로 체계가 단순화됐다. 정의선 수석부회장, 이원희 사장 등이 관련 내용을 직접 챙기는 구조다.
현대차가 IR조직을 개편한 것은 주가관리를 위한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2014년 한전부지 매입, 중국시장 점유율 하락에 주가가 크게 떨어진 뒤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데 이를 관리하겠다는 의지다. 실제 현대차 주가는 지난 2011~13년 20만원대 중후반이었지만 최근 10만원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최근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는 수소전기차 라인업 확대 등 미래 전략을 적극적으로 주주에 알려야 하는 상황이다.
IB업계를 중심으로 주가관리 뿐 아니라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변화라는 평가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3월 현대모비스(012330)·현대글로비스(086280) 합병을 핵심으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았지만 엘리엇의 반대로 논의를 보류한 상태다. 당시 지배구조 개편 실패의 가장 큰 요인으로 투자자와의 소통부재가 꼽혔는데 이를 개선하고자 IR부서를 재정비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IR담당은 국내외 기관투자자를 관리하는 조직이다. 주요주주들에 ‘거버넌스 지배구조 기업설명회(NDR)’ 등을 열어 지배구조 개편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2월 이원희 사장이 투자자 설명회를 열고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이례적으로 투자회사인 칼라일그룹 행사에 참여한 것도 대표이사 중심의 IR활동 전략 일환으로 분석된다.
현대차 뿐 아니라 다른 계열사 IR조직 역시 대표이사 직속으로 개편된 점도 눈에 띈다. 계열사 사장실 중심으로 지배구조 개편에 대비한 그룹차원의 IR활동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계열사 IR조직이 대표이사 직속으로 개편된 것은 주가관리 뿐 아니라 (대표이사가) IR조직을 챙겨 권한을 부여하고 기관투자자들에 적극적으로 그룹의 방안을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김민석기자 seo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