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두 달 간 논란이 됐던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 은행들이 고위험 상품 대신 안정형 상품 판매로 급격히 선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모펀드 판매 비중은 줄이는 대신 공모펀드 비중을 늘렸고, 공모펀드도 변동성이 적은 채권형 비중이 확대된 것으로 집계됐다. 고위험 상품인 DLF 사태로 데인 은행들이 투자자 신뢰회복 등을 위해 안정형 상품 판매 비중을 확대한 것이다. 하지만 안정형의 경우 수익률이 높지 않아 은퇴자 등의 투자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9월 한 달간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개 시중은행의 공모펀드 판매액은 55조6,645억원으로 전달 판매규모를 9,279억원 웃돌았다. 반면 최근 논란을 빚은 DLF처럼 프라이빗뱅커(PB)들이 판매하던 사모펀드 판매는 판매액이 줄었다. 지난 7월에는 29조51억원어치를 팔았으나 DLF 손실 사태가 불거진 8월에는 28조5,851억원으로 4,200억원 감소했다. 이는 공모펀드와 사모펀드의 판매 전략이 DLF 사태 이후 크게 엇갈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우리은행의 경우 9월 공모펀드 판매액이 13조7,869억원으로 전달(13조3,671억원)보다 4,198억원 증가했다. 하나은행의 공모펀드 판매액 역시 8월 12조7,252억원에서 9월 2,753억원이 늘어나 13조원을 기록했다.
공모펀드 가운데서도 국내 채권형은 9월 한 달 동안 4,870억원, 해외 채권형은 3,588억원이 몰렸다. 반면 국내혼합형과 국내대체투자형에서는 판매액이 각각 1,979억원, 412억원어치 줄었다. 공모펀드 중에서도 부동산 등의 대체투자나 주식과 채권이 가미된 펀드에 대해서는 은행 PB나 일반 창구 등에서 적극적으로 권유하지 않은데다 투자자들도 ‘DLF 손실’에 따른 학습효과로 위험상품에 대해 과민 반응을 보이다 보니 판매량 자체가 줄어든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은행이나 투자자 모두 손실 위험을 낮추기 위해 저수익 상품을 선택하는 보수적 태도를 보인 것이다.
실제 지난달 우리·하나은행에서 판매한 국내채권형 펀드의 신규 유입자금은 각각 전달 보다 1,308억원, 2,366억원 늘어났다. 같은 기간 신한과 국민은행의 펀드로 유입된 자금이 각각 610억원, 586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DLF사태 이후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상품판매 전략이 보수적으로 선회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특히 우리은행의 사모펀드 판매잔고는 8월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7월말 7조5,533억원이던 사모펀드 판매잔고는 8월말 6조9,789억원으로 5,744억원 줄었다. 하나은행도 사모펀드 판매잔고가 7월말 3조8,301억원에서 8월말 3조6,344억원으로 1,957억원 줄었다. DLF사태에서 자유로웠던 국민은행은 5조7,757억원에서 6조549억원으로, 신한은행은 4조8,118억원에서 4조8,261억원으로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DLF사태 이후 사모상품에 대한 고객들의 반감이 커진데다가 직원들도 공모펀드 판매를 선호하고 있다”며 “DLF사태 효과에다 경기 하강국면에 주식형 펀드보다 수익이 적더라도 안정적인 채권형 선호 현상이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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