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관광수요 의존도가 높은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입주 업체들은 고사 위기에 처했다. 지난 2일 부산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불매운동이 본격화한 8월 기준 이용객은 1년 전에 비해 69%나 감소했다. 부산면세점 등 터미널에 입주한 13개 업체 중 2곳은 이미 문을 닫은 상태다. 일본과 부산을 오가던 여객선 12척 중 3척의 운항도 중단됐다. 부산면세점의 한 관계자는 “직원 절반이 유급휴가에 들어갔다”며 “상황이 더 길어지면 유급휴가를 무급으로 전환하거나 불가피할 경우 구조조정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노선을 중심으로 성장을 거듭해온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도 시름시름 앓고 있다. 국내 LCC 6개사가 취항해온 232개 국제선 중 일본으로 향하는 노선은 87개로, 전체의 37.5%에 이를 정도로 열도 의존도는 높다. 일본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노선을 확장한 LCC들은 일본 여행객이 감소하면 실적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스타항공은 지난달 중순 국내 LCC 업계 최초로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기도 했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는 “현재까지 누적 적자만 수백억원으로 회사 존립이 위협받을 지경”이라며 “위기 극복을 위한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단계별로 대책을 마련하고 대응 방안을 전사적으로 실천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도 “일본 관련 불매운동은 자발적 수요 위축이어서 기존 이벤트 리스크와도 다르다”며 “국내 항공업계 전반의 실적 저하가 불가피하고 대체 노선 개발 등 자구책은 산업 구조와 경쟁환경 등을 고려하면 그 실효성을 확신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도를 넘어선 불매운동과 감정적인 행태들을 비판하며 합리적인 소비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8월에는 ‘일본산 제품’이라는 이유로 골프장에 주차돼 있던 렉서스 승용차 3대를 돌로 긁은 50대 의사가 경찰에 붙잡혔다. 인천의 한 상가에서는 지역 상인들이 일제 승용차를 쇠파이프로 부수기도 했다.
김윤 한일경제협회장은 “한국에서 일고 있는 일본 불매운동이 참 안타깝다”며 “소비자의 권리는 자신이 선호하는 좋은 품질의 제품을 적정한 가격에 사서 생활을 영위하는 것인 만큼 한국 소비자들이 넓은 아량을 가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분업체계 속에서 질 좋은 상품을 ‘애국 마케팅’에 매몰돼 외면하는 것은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한일 경제인회의는 최근 성명문을 내고 “한국과 일본의 정치·외교 관계가 출구가 보이지 않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고, 경제와 문화·스포츠 교류 분야에서도 긴장의 연속”이라며 “우리는 그간 양국의 민관에서 쌓아온 호혜적이고 양호한 경제관계가 위기에 처해 있음을 깊이 우려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상호 경제 발전에 정치·외교가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한일 정부가 대화 촉진을 통해 양국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기를 강력히 요망한다”고 덧붙였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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