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보험사의 약관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63조9,151억원에서 64조1,000억원으로 올 들어 약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최근 3년간 21.2%, 연평균 3조원씩 증가세를 이어오던 것과 대조적이다.
약관대출은 보험계약자가 가입한 보험상품의 해지환급금 내에서 돈을 빌리는 상품이다. 지난해 1금융권부터 DSR 규제가 도입되면서 일각에서는 카드·보험·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를 예상했지만 실상 보험약관대출에는 미풍조차 불지 않은 셈이다. 그 이유로 보험업계는 당국의 그림자규제를 꼽는다. 올 하반기부터 금융당국이 2금융권에도 DSR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보험업계는 일찌감치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돌입했다. 당국이 약관대출의 이자상환액 부분만 DSR 산정 기준에 포함하기로 공식화한 시점은 지난 5월 말로 6월 중순부터 DSR이 확대 적용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야 기준이 명확해진 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계약자들이 낸 보험료를 재원으로 대출하는 약관대출을 DSR에 포함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업계의 주장을 당국이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가계대출을 조이겠다는 정부 의지가 강한 만큼 보험사들로서는 상반기 내내 대출 영업을 자제할 수밖에 없었다”며 “대출 영업을 보수적으로 하다 보니 금리 인하 국면에도 가산금리도 보수적으로 책정해 대출 총량을 관리했다”고 설명했다.
약관대출 금리가 개인신용대출 대비 높게 보이는 착시효과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각사가 지난달 취급한 약관대출 금리는 금리확정형의 경우 4.83~9.13%, 금리연동형의 경우 3.94~4.64%로 지난달 실제 취급한 개인신용대출 평균금리가 2~3%대 수준으로 하락한 시중은행에 비해 높아 보이는 착시효과가 있다. 금리 상승 국면이었던 지난해 12월 취급한 대출 금리와 비교해도 금리 차이는 최대 0.3%포인트도 나지 않는다. 약관대출은 가입한 보험의 예정이율이나 공시이율에 가산금리를 붙인 대출금리를 적용받는 탓에 시중금리 인하분이 반영되기까지 은행 신용대출 대비 시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약관대출은 이미 가입한 보험계약에서 받을 돈을 미리 당겨 쓰는 ‘선급’ 개념으로 대출기간에도 약속한 이율대로 부리하는 만큼 실제 대출자가 부담하는 이자는 가산금리뿐이라는 게 보험업계의 설명이지만 당장 원리금 상환 부담을 져야 할 대출자로서는 2~3%대 금리를 부담하는 신용대출을 택할 수밖에 없다.
위축되는 약관대출에 보험사들도 속앓이를 하고 있다. 부채 평가방식이 원가평가에서 시가평가로 바뀌는 신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이 오는 2022년 도입되면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약관대출은 보험부채에서 제외돼 약관대출이 늘어날수록 보험사들의 재무적 부담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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