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간 조율되지 않은 설익은 경제정책으로 여기저기서 ‘엇박자’가 나타나고 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표심(票心)을 얻는 데 불리한 핵심정책에서는 슬그머니 발을 빼며 국회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정책 엇박자에 결정장애까지 겹치면서 시장 혼란은 점점 가중되는 모습이다. 세종 관가에서는 “창의성을 상실한 관료들이 청와대의 정책 방향성만 기다리고 있다”는 한탄도 흘러나온다. ★관련기사 3면
분양가상한제를 놓고는 정책 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가 다른 소리를 해댄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2일 국정감사에서 “분양가상한제는 유용한 것도 있지만 부작용도 없지 않다. 건설 경기와 관련해 물량위축 가능성이 있다”며 속도 조절을 강조했다. 이에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같은 날 국감에서 “상한제와 공급 위축을 바로 연결하는 것은 문제”라며 강행론을 들이댔다. 상한제를 놓고 부총리와 장관이 서로 결이 다른 발언을 내놓으면서 주택시장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정년연장에 대해서도 명확한 로드맵이 보이지 않는다. 기재부는 지난달 18일 “정부는 현행 60세인 정년 연장 문제를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2일 노인의 날 축사에서 “일자리에 더 오래 종사하실 수 있도록 정년을 늘려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년 연장과 노동 유연성 확대를 병행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편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일고 있는데도 구체적인 청사진은 마련되지 않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법무부가 지난달 내놓은 주택 계약갱신청구권 추진과 관련해서는 국토부에서 별도협의가 없었다는 사실을 시인할 정도로 불쾌감을 나타냈다.
오는 2057년 이전에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는 국민연금 개혁은 ‘정책 결정장애’의 대표 사례다. 경사노위와 보건복지부는 “연금 개혁은 정치권이 결단해야 한다”며 국회로 책임을 떠넘겼다. 연금고갈을 막기 위해서는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상향 조정하는 것이 불가피한데 이 경우 국민들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부처는 손발을 맞추지 못하고 핵심정책은 ‘핑퐁 게임’이 되면서 관료들은 청와대의 눈치만 보는 신세가 됐다. 서울경제 펠로(자문단)인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고질적인 부처 칸막이 현상이 오락가락 경제정책의 원인”이라며 “각 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심사숙고해 정책을 내야 시장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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