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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극일도 뭘 알아야 하지...” 답답한 ‘소부장’ 中企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에 맞서 국내‘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 붙였습니다. 지난 8월 부처 합동으로 종합대책을 세우고, 당정청은 소부장 특별법을 곧 발의할 예정입니다. 일본 의존도가 높아 대(對) 일본 무역수지 적자의 원인이 되는 소부장의 자립도를 높이겠다는 것이죠. 비록 일본의 ‘경제 공세’로 시작된 일이지만, 이번 기회에 영세한 국내 소부장 업계가 도약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소부장 기업도 반색하고 있습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 A씨는 “(소재·부품·장비 육성) 정책이 처음 나온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관심이 또 많아지니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해보겠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전체 20조원이 넘는 국내 연구·개발(R&D) 예산 가운데 소부장 기술의 비중은 3.7%에 불과합니다. ‘자립’을 외치기엔 아직 많이 부족한 기술 수준입니다. 여기에 수직 계열화로 대변되는 국내 대기업과 소부장 중소기업 간의 관계, 이로 인해 발생하는 일명 ‘납품 단가 후려치기’도 있습니다.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진정한 소부장 육성이 가능해지겠죠. 해외 시장 등 새로운 판로 개척에 대한 갈증 역시 여전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특히 이 판로 개척 분야에 답답함을 느끼는 소부장 기업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정부는 지난 8월 발표한 소부장 종합대책에 기술 확보를 위한 핵심 방안으로 해외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을 제시했습니다. R&D는 아무래도 투입해야 할 시간과 비용이 많으니, 조속한 기술 확보를 위해 해외 유망 기업을 사들이는 방법인 것이죠. 소부장 기업은 이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지난달 25일 코트라(KOTRA)와 금융투자협회가 개최한 소부장 M&A 설명회에서 만난 소부장 기업 관계자는 “외국에 어떤 관련 업체가 있는지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주최 측이 소개한 잠재적 매물 가운데 아는 곳이 하나도 없다고도 했습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지금까지 회사에서 M&A를 고려해본 적이 한 번도 없기도 했고, 사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M&A라는 것이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털어놨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서울 중구 소재부품 수급대응 지원센터에서 상담 중인 기업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실 ‘정보 부족’은 중소기업의 오래된 애로사항입니다. 지난달 중소기업중앙회가 국내 소부장 기업 1,002개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소부장 국산화를 위해 필요한 정부 정책으로 가장 많이 꼽힌 것은 역시 ‘장기적 투자를 통한 원천기술 확보(33.2%)’였습니다. 그 다음으로 많았던 응답이 ‘해외, 국내 대체품목, 기술거래 등 정보제공(20.2%)’입니다. 한 마디로 극일(克日)‘도 뭘 알아야 한다는 것이죠.

해외 시장 개척은 소부장 기업의 숨통을 트여줄 수 있는 빠른 ‘우회로’일 것입니다. 중기중앙회 설문에서 소부장 중소·중견기업의 주요 납품 판매처는 역시 같은 국내 중소·중견기업이 73.3%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국내 대기업(41.1%), 정부·지차체·공공기관(7.9%) 등 사실상 우리나라에 국한됐습니다. 수출은 19.2%에 그쳤죠. 이번 ‘극일 소부장 대책’을 통해서는 소부장 기업의 해외 진출 소식이 많이 들려왔으면 좋겠습니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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