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수출규제, 반도체 경기 불황 등의 영향으로 국내 성장을 견인해온 수출이 지난해 12월 이후 올해 9월까지 10개월 연속 하락했다. 전 세계 수요가 위축되고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설비투자도 좀처럼 회복세로 돌아서지 못하고 있다.
이달 초 산업통상자원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9월 수출(통관 기준)은 전년 동월 대비 11.7% 줄어든 447억1,000만달러로 잠정 집계됐다. 10개월째 감소해온 수출이 두자릿수의 감소율을 기록한 것은 올해 6월 -13.8% 이후 4개월째다. 지역별로는 미중 무역분쟁의 심화로 대중 수출은 21.8%, 대미 수출은 2.2% 줄었다. 무역갈등을 빚고 있는 일본으로의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5.9% 감소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 보고서에서도 수출액은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반도체 수출액 감소가 전체 수출 하락에 직격탄이 됐다. 지난해 7월 106억달러를 넘어섰던 반도체 수출액은 올해 같은 기간 76억9,000만달러로 27% 이상 줄었다. 국내 기업이 주로 수출하는 D램 8기가의 단가가 지난해 8달러에서 올해에는 3.4달러로 반 토막 난 탓이다. 철강제품의 수출 하락세도 전체 수출 규모를 끌어내렸다. 중국 등 개발도상국이 자체적으로 철강 생산을 늘려가면서 국내산 철강 수입을 줄인 것으로 파악된다.
설비투자도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지역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 대부분의 업종에서 설비투자는 부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철강은 건설경기 부진으로 철근 생산이 감소하고 수출도 부진하면서 설비투자가 늘지 않았다. 기계장비 역시 대중 수출 감소로, 석유화학은 글로벌 수요 둔화로 설비투자가 감소했다.
이 같은 수출·설비투자 하락세는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6일 현대경제연구원은 ‘2020년 국내외 경제 이슈’ 보고서에서 “반도체 수출이 큰 폭으로 반등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며 “산업 고도화로 중국이 부품을 자체 조달하면서 중국 경기가 회복하더라도 한국 수출이 개선되는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내다봤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국내 975개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4·4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는 94.9로 전 분기(99.5)보다 4.6포인트 하락했다. 지수가 100을 밑돌면 수출 여건이 앞으로 더 악화할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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