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 선언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관련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민관합동기구가 곧 출범한다. 관계부처와 농민단체가 참여하는 이 기구는 개도국 지위 포기에 따른 농업계의 피해 보전 방안을 마련하게 된다.
농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7일 “이르면 이번 주 개도국 지위 문제와 관련한 범정부 대책기구가 출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 고위 관계자도 “아직 시기를 특정하기는 힘들지만 대책기구 구성을 논의 중인 것은 맞다”고 확인했다. 이 기구에는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농림축산식품부 등의 관계부처와 28개 단체가 소속된 한국농축산연합회 등이 참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는 여전히 WTO 개도국 지위 유지를 주장하는 단체들을 설득하기 위해 대책기구 출범 일자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전국농민회총연맹·가톨릭농민회 등이 소속된 ‘농민의 길’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개도국 지위 포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일부 단체의 이 같은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조만간 부총리와 관계 부처 수장들이 참여하는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개도국 지위 포기를 공식화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급한 ‘데드라인(10월23일)’이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농업계의 한 관계자는 “개도국 지위 문제가 이슈로 부상한 이후 농림부가 농민단체들과 접촉하며 ‘우리 부처도 원론적으로는 반대하지만 (국익과 관련한 사안이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입장을 전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개도국 지위를 잃더라도 현재 적용되는 농산물 관세와 보조금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농업계에 당장 큰 피해가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농민단체들은 장기적으로는 업계 전반에 큰 타격이 미칠 수 있는 만큼 예산 증대와 특별법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우선 국회에 계류 중인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서둘러 통과시켜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가겠다는 복안이다. ‘공익형 직불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이 법안은 농지 종류에 따라 달리 지급되는 직불금에 대해 논밭의 구분을 없애고 소규모 농가에 대해선 면적에 상관없이 동일한 직불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개도국 지위 포기에 따른 업계 피해를 구체적으로 산출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민관합동 기구가 출범하면 농업계와 머리를 맞대고 다양한 지원책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