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오는 10일 재개하는 미중 고위급 무역회담에서 자국의 산업정책 개혁 관련 논의를 거부할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요구한 ‘광범위한’ 무역합의가 중국 측의 거부로 끝까지 성사되지 않을 경우 미중 무역협상이 좌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7일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측 협상 대표인 류허 부총리가 중국의 국가주도산업·통상정책과 정부 보조금에 대한 개혁 약속을 협상안에 포함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회담장인 미 워싱턴DC에 동행하는 중국 대표단에 밝혔다고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측 협상단이 최근 수 주 동안 중국을 방문한 미국 대표단 측에 제안한 의제의 범위가 상당히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상대적으로 쉽게 양보할 수 있는 범위로 의제를 좁히려 했다는 것이다. 무역협상이 시작된 후 중국이 공개적으로 이 같은 주장을 한 것은 처음이다. 중국은 국가정책 수정을 요구하는 미국의 주장에 주권침해라고 반발했지만 특정 의제 자체를 협상 테이블에서 내리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적은 없었다. 중국이 국가주도산업정책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태도를 보이는 배경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탄핵조사 때문에 궁지에 몰렸다는 사실이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탄핵 위기에 처한 트럼프 대통령이 치적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중국이 이를 기회로 삼아 협상의 주도권을 잡으려 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협상 과정에서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중국의 국가주도산업정책 개혁은 미국이 이번 무역협상에서 핵심으로 삼아온 목표로 트럼프 행정부는 이런 정책 때문에 시장이 왜곡되고 중국과의 불공정한 무역이 지속된다고 주장해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모든 것을 포함하는’ 무역협상을 원한다고 여러 차례 말한 바 있다. 트럼프는 지난 4일에도 기자들에게 “아주 힘든 합의를 위해 협상하고 있다”며 “그 합의가 우리에게 100%가 아니라면 체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경기침체 등을 이유로 관세전쟁의 무조건 확산을 원치 않아 이번 고위급 무역회담에서 농산물 구매 등 ‘스몰딜’에 일단 합의할 수 있지만, 이 경우 무역전쟁의 흐름은 연장될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는 “미국 관리들이 탄핵 정국과 대외협상력 약화의 연관성을 부정하며 중국에 오판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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