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8일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올 3분기 성적표를 써내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행보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비록 막대한 실적 기록을 세웠던 지난해 3분기 흑자의 절반 정도도 미치지 못했지만 디바이스솔루션(DS), IT·모바일(IM), 소비자가전(CE) 등 3개 사업 부문이 모두 비교적 ‘선전’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일단 부담은 상당 부분 덜었다는 평이다.
물론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글로벌 업황이 여전히 불투명한 데다 대내외 불확실성도 여전한 상황이지만 이 부회장으로서는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힘을 얻게 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 3분기에 국내외에서 전방위적인 경영 행보를 거듭하면서 ‘미래 삼성’을 염두에 둔 여러 메시지도 내놨다. 7월초 일본의 수출규제가 시작되자마자 직접 일본 출장길에 올라 핵심 소재 확보에 나선 데 이어 8월부터는 국내 주요 사업장을 잇따라 찾아 ‘위기 대응’ 회의를 주재했다.
8월말 대법원으로부터 ‘원심 파기’ 판결을 받은 직후에도 서울R&D캠퍼스 내 삼성리서치를 방문해 차세대 기술 전략을 논의하며 재판 준비 과정에서도 ‘현장 경영’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특히 지난달에는 대법원 판결 후 첫번째 해외 출장지로 비(非)전자 계열사인 삼성물산의 사우디아라비아 건설 현장을 찾아 ‘삼성 총수’의 존재감을 과시했으며, 뒤이어 일본과 인도를 잇따라 방문하는 등 글로벌 ‘광폭 행보’도 이어갔다.
이와 함께 지난 4월 시스템반도체 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골자로 한 ‘반도체 비전 2030’을 선포한 데 이어 오는 10일에는 충남 아산의 삼성디스플레이 탕정 사업장에서 약 13조원 규모의 디스플레이 투자 방안도 내놓을 예정이다.
관련기사
최근 잇단 현장 방문에서 “불확실성이 클수록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흔들림없이 하자”, “위기와 기회는 끊임없이 반복된다”, “긴장하되 두려워하지 말고 위기를 극복하자” 등의 메시지를 내놓은 데 이어 실제로 선제 투자를 통해 기술 ‘초격차’를 유지한다는 전략을 밝히려는 취지로 여겨졌다.
이 부회장은 이달말 사내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을 것으로 알려졌으나 신사업 발굴과 대규모 투자관리를 위한 현장 경영은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기 환송심을 앞둔 시점이라는 점을 감안해 사내이사 임기 연장을 둘러싼 주주총회 ‘논란’ 등을 피하면서도 경영 전면에서 위기관리에 주력하겠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부회장이 하반기 실적 개선을 토대로 위기 대응과 미래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넘어야 할 걸림돌은 여전히 간단치 않다. 미중 무역전쟁과 한일 갈등에 따른 일본 수출 규제가 여전히 ‘진행형’인 데다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파기 환송심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혐의 수사 등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삼성에 가장 큰 악재는 무슨 돌발변수가 닥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라면서 “특히 ‘총수 부재’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점이 삼성의 ‘불안 지수’를 높이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신혜인턴기자 happysh0403@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