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력 35년의 부산 기반 건설사 반도건설이 계열사를 통해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180640) 지분을 5% 이상 취득했다. 기존에도 4%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일부를 추가로 취득하면서 보유 사항이 공개됐다. 반도 계열사들은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한진칼 2대 주주인 행동주의 펀드 KCGI(강성부펀드)의 우호 세력일 가능성이 제기돼 향후 경영권 분쟁의 판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8일 반도건설 계열사인 ㈜대호개발과 ㈜한영개발, ㈜반도개발은 한진칼 지분 5.06%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3곳은 기존에 한진칼 지분 4.99%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한영개발이 주당 2만7,481원에 4만주를 추가로 매입하면서 5%룰에 따라 보유 내역을 공개했다. 각 사의 지분율은 대호개발이 2.46%, 한영개발이 1.75%, 반도개발이 0.85%다.
대호개발과 한영개발은 반도건설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이고 반도개발은 권홍사 반도그룹 회장의 아들인 권재현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건설사다.
반도건설은 한진칼 지분 매입 목적을 ‘단순 취득’이며 경영참가 목적도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KCGI의 우호세력일 것으로 보고 있다. 굳이 5% 이상을 취득해 외부에 알릴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소수 지분을 추가 취득한 점이 이유다. 또 한진그룹 백기사로 분류되는 델타항공의 등장으로 한진칼과 KCGI의 지분 경쟁이 사실상 일단락된 상황에서 등장한 만큼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반도 측과 KCGI의 지분율을 합치면 21.04%로 최대 주주인 고(故) 조양호 회장보다 많아진다.
다만 반도건설 및 계열사들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수십억원 단위로 많지 않은 점에서 추가로 지분 확대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된다. 향후 KCGI가 반도건설처럼 다양한 기업들을 백기사로 동원해 지분 매입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한편 KCGI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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