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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영업익 비중 3년만에 50% 밑돌아…"업황 살아나야 V자반등"

4분기도 반도체 업황전망 불투명

국정농단 재판따라 경영공백 우려

시스템반도체 투자 차질 빚을수도

日수출규제 본격화도 '불안 요소'





“D램 가격은 늘 변수가 많아 지켜봐야 하고 서버용 수요 회복 추세와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시그널이 있는 듯합니다.”

8일 한국전자전(KES) 2019에 참석한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의 3·4분기 실적 코멘트는 희망과 우려가 뒤섞여 있었다. 김 부회장의 말은 삼성전자가 올 3·4분기에 시장 예상치를 10% 이상 상회한 7조7,000억원의 잠정 영업이익을 공개했음에도 결국 반도체 부문의 회복 없이는 영업이익의 ‘V자’ 반등이 힘들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 부회장은 삼성전자 시장전망의 바로미터인 시설투자에 대해 “시장 상황을 보겠다”고 밝히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삼성전자의 3·4분기 깜짝 실적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경영진은 물론 시장 또한 여전히 안심하지 못하고 있다. 국정농단 재판 결과에 따라 흔들릴 수 있는 경영권 문제와 격화되는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소재 조달 차질 등 갖가지 불안요소가 상존하는 탓이다. 반도체·스마트폰·디스플레이·가전 등 안정적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삼성전자가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실적을 거뒀지만 4·4분기에는 다시 실적이 하락할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도 불안을 부추긴다.

◇반도체 반등까지는 아직 멀어=최근 수년간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과반을 차지했던 반도체 부문은 지난 2016년 2·4분기 이후 처음으로 관련 비중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2016년 2·4분기에는 IM 부문이 4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반도체 부문(2조6,000억원)을 압도했지만 다음 분기에 반도체 부문이 3조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후 3년가량 반도체가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이 지속됐다. 특히 지난해 3·4분기에는 반도체로만 역대 최고인 13조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올 3·4분기에는 3조원 초중반대에 그쳐 ‘역기저효과’가 두드러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메모리반도체 부문의 가격 하락 때문이다. D램 DDR4 8Gb 제품의 경우 1개당 가격이 2016년 9월 3.31달러에 그쳤지만 이후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애플 등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서버용 D램 수요를 늘리며 2017년 9월 6.81달러, 2018년 9월 8.19달러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D램 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최고의 환경이 조성됐던 셈이다. 올 2·4분기 기준으로 삼성전자가 35%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낸드플래시 또한 128Gb 제품 기준 고정가격이 2016년 9월 3.75달러에서 1년 뒤 5.60달러까지 뛰며 실적 상승을 뒷받침했다. 이 같은 반도체 경기는 미중 무역분쟁 격화로 지난해 3·4분기를 정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섰으며 당분간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D램 가격의 추가 하락을 예상한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공급 차질 불안심리와 화웨이발 선제 수요가 발생한 3·4분기와 달리 4·4분기 D램 판가는 전 분기 대비 10% 내외 또는 그 이상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낸드플래시 또한 일부 제품의 경우 가격 반등이 4·4분기에는 가능하겠지만 계절적 요인 등으로 연말에 다시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박성순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4·4분기의 경우 D램 가격 인하로 반도체 영업이익이 떨어질 것”이라며 “3·4분기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중화권 모바일 업체를 중심으로 높았는데 이것이 4·4분기로 이어질지는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인텔의 차세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인 ‘아이스레이크’가 내년에 출시되면 D램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지만 무역분쟁에 따른 글로벌 정보기술(IT) 수요 감소가 교체 수요를 일정 부분 상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5세대(5G)발 D램 수요 확대 또한 업계의 긍정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자율주행차와 증강현실(AR) 등 관련 시장 성장이 미진하다는 점에서 당분간 큰 수요로 이어지기 힘들다.

◇경영 불확실성 또한 여전히 발목=업계에서는 이번 깜짝 실적에도 삼성전자를 둘러싼 경영 불확실성이 더욱 증폭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삼성전자는 4월 오는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반도체 부문 글로벌 1위를 달성한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공개했지만 대규모 투자 결정이 필수인 만큼 법원 결정으로 경영 공백이 생길 경우 체계적인 사업 추진이 힘들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소재 공급 차질 가능성도 주요 불안요인 중 하나다. 삼성전자는 이에 고순도 불화수소 등 주요 소재 국산화와 수입국 다변화 등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소재 교체에 따른 수율 문제 등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올 3·4분기는 D램 선제 확보 움직임에 따른 수요 증대와 고순도 불화수소 등의 재고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지나갔지만 4·4분기에는 일본의 수출규제 영향이 본격화할 수도 있다. 일본이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로드맵의 핵심인 극자외선(EUV) 공정에 타격을 주기 위해 포토레지스트(감광액)를 규제 대상에 포함한 만큼 삼성의 반도체 비전 2030 또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 특유의 초격차 전략은 현재와 같은 다양한 외부변수 앞에서는 힘을 쓰기 힘들다”며 “올 3·4분기 실적 반등에는 성과급 감소 등의 일회성 요인이 포함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올 4·4분기와 내년에는 실적을 내기 어려운 것도 고민”이라고 밝혔다.
/양철민·변수연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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