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대로 잘 들어맞는다면 투자는 쉬워진다. 아쉽게도 상당히 신뢰할 만한 데이터를 근거로 한 예측일지라도 투자자의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아예 예측하지 않는 투자 전략도 있다. 포트폴리오 투자법은 타이밍을 잡아 매매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정한 주기마다 흐트러진 자산 비율을 초깃값으로 맞추는 방식으로 매매한다. 즉 주기적으로 자신의 투자성향에 적합한 포트폴리오로 되돌리는 것인데 이를 ‘재조정 과정’이라 부른다. 투자에 신경 쓰느라 생업에 지장을 받거나 불안해서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면 자신에게 부적합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것이다. 적합한 포트폴리오를 짰다 하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각 투자자산의 손익에 따라 비율이 변하게 된다. 이를 주기적으로 보정하는 과정이 바로 재조정이다.
포트폴리오 투자법은 비교적 단순한 전략이지만 대단히 효과적이고 합리적이다. 창의력을 조금만 발휘한다면 실전 투자에 다양하게 변형해 응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종목별로 목표수익률을 미리 정해 투자하고 일정 시간이 흘러 목표를 달성하는 종목이 생기면 그 수익만큼 매도해 가장 손실률이 높은 종목을 추가 매수하는 것도 포트폴리오 투자의 응용 사례라 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포트폴리오 투자 전략은 장기 투자 전략과 이론적으로 대척점에 서 있다. 장기 투자는 저평가된 자산에 투자해 소소한 가격 등락에 연연하지 않고 오랜 세월 묵묵히 기다리는 것이 잦은 매매를 하는 것보다 높은 수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자산의 가격 추이가 장기적으로 우상향한다면 장기 투자 이론은 맞아떨어진다. 반면 포트폴리오 투자는 가격이 끝없이 오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끝없이 떨어지지도 않는다는 인식에 기반을 둔다. 이 투자법의 특성은 큰 이익을 얻기는 힘들지만 큰 손실을 막아 줄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재조정 주기가 짧을수록 이런 특성이 증대되고 길어질수록 장기 투자의 특성에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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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투자와 포트폴리오 투자를 조금만 공부해보면 투자자의 철학이 투자 전략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어떤 투자 전략이 옳으냐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심리가 투자의 성패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감안하면 투자자가 본인의 세계관에 좀 더 부합하는 전략을 선택하면 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장기 투자에 대한 믿음이 약해진 투자자가 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또 한 번 얻은 수익을 지키고 싶은 것이 투자자의 솔직한 마음일 것이다. 기껏 얻은 수익이 손실로 바뀌었을 때 투자자가 느끼는 절망감은 무엇보다 크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포트폴리오 투자법이 유행할 만한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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