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난해 말 기준금리를 인상할 때 경기가 지금처럼 나빠질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하향 조정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2.2%도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은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 총재는 올해 성장률을 어떻게 전망하느냐는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2.2% 달성은 쉽지 않아 보인다”며 “예기치 못한 해외시장의 영향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최저임금이나 주52시간 정책은 올해 초에 경제성장률을 처음 전망할 때부터 감안했던 것들이어서 최근 성장률 전망치 하락에는 별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가 이날 성장률 하향 조정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한은이 올해 성장률을 2.2%보다 더 낮출 가능성이 커졌다. 한은은 11월29일 수정 경제전망 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다.
또 글로벌 교역 상황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내년 경제성장률도 한은이 전망한 2.5%를 달성할 수 있을지 자신할 상황이 아니라고 답했다.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등 정부 눈치를 보느라 소신없이 뒷북 통화정책을 펼치는 게 아니냐는 위원들의 지적에 대해서는 금리 결정 등을 독립적으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엄용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경기의 순환주기에 맞춰서 금리를 결정해야 하는데 한은이 경기 수축기에는 금리를 인하하고 오히려 확장기에는 인상하는 등 엇박자를 내고 있다”며 “정부의 입김이 들어가서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못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기재부 등 정부가 금리 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점 먼저 말씀드린다”며 “금리 정책은 성장과 물가 뿐만 아니라 금융안정상황, 비용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경기 순환주기는 기술적으로 판단하는 것인 만큼 금리의 결정이 기계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는 의미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임명 구조가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은행연합회·대한상공회의소 등의 추천인 탓에 정부 입김이 작용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위원의 전문성과 판단 능력이 기준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현재 국내 상황은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이 총재는 “물가안정목표로 설정한 2%와 현재 지표물가의 괴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2%는 단기적 목표가 아니고 중기적인 상황을 염두에 두고 수렴하도록 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농·축산물 가격이 오르면서 기저효과로 인한 공급 측 요인이 컸던 탓”이라며 “기저효과가 없어지는 연말에 물가가 반등할 것이므로 디플레이션 징후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경기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는 게 아니냐는 위원들의 질의에 대해서는 “경기부양을 위해 이론적으로 금리를 무한히 낮출 수는 없으니 실제로 어느 선까지 낮출 수 있는지 실효하한에 관한 논의가 있다”며 “통화정책보다는 재정정책의 효과가 더 큰 게 사실이므로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야한다”고 말했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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