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물량 공세로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시장을 점령한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제 발목을 잡았다. LCD 가격이 급락하면서 실적이 크게 악화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 없이는 연명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9일 업계와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BOE·차이홍그룹·비전옥스·CEC판다 등 중국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올 상반기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LCD 가격이 하락한 탓이다. TV용 LCD 패널의 경우 지난 2017년 3·4분기 이후 지난달까지 가격이 계속해서 떨어졌다. LG디스플레이(034220)가 LCD 가격 하락의 직격탄을 맞아 적자를 기록하는 등 가장 큰 피해를 입었지만 저가 공세로 한국 업체들을 몰아낸 중국 업체들의 상황도 녹록하지 않다.
관련기사
먼저 중국 내 LCD 1위 업체인 BOE는 올 2·4분기에 영업이익 6,800만달러를 기록했지만 이 가운데 6,000만달러가 중국 정부 보조금이다. BOE의 2·4분기 매출이 41억9,100만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보조금을 제외한 실제 영업이익률은 0.2%에 불과하다. IHS마킷은 “중국 정부 보조금 중 상당 부분이 영업 외 수익으로 잡힌다”며 “보조금을 전부 제외하면 실제는 적자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CHOT의 모기업인 차이홍그룹도 마찬가지다. 차이홍그룹은 2·4분기에 1,3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이는 정부 보조금 6,900만달러 덕분이다. 이를 제외하면 적자다. 비전옥스의 경우 2·4분기에 1억5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올렸는데 정부 보조금이 1억400만달러 이상이다. 정부 보조금 없이는 사업을 계속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또 톈마의 경우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중 정부 보조금을 가장 적게 받는 편이지만 2·4분기 영업이익 5,800만달러의 32.7%인 1,900만달러가 보조금이다.
디스플레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저가 물량 공세로 LCD 시장을 빠르게 장악했지만 가격 하락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결국 제 발목을 잡은 꼴”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편으로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와 경쟁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며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LCD 사업을 정리하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중심으로 사업 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앞으로도 쉽지 않은 경쟁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