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68년 첫걸음을 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1990년대 연평균 50%가 넘는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하며 디램(DRAM)과 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선도해왔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대규모 메모리 반도체 투자로 국내 산업이 위협받고 있으며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차세대 초고속, 대규모 정보처리기술 개발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상황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과 서울경제신문이 공동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10월 수상자인 박병국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차세대 자성메모리(MRAM) 구동의 핵심인 스핀전류를 효율적으로 생성하고 스핀분극을 자유롭게 제어하는 소재를 개발한 공로가 높게 평가됐다.
값싼 강자성 소재 활용..스핀분극 방향도 임의로 제어
저전력·초고속·고집적 반도체 등 발전 가능성 무궁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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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성메모리는 외부 전원 공급이 없는 상태에서 정보를 유지할 수 있고 집적도가 높으며 고속 동작이 가능해 차세대 반도체로 주목받고 있다. 자성메모리의 동작은 스핀전류를 자성소재에 주입해 발생하는 스핀토크로 이뤄지기 때문에 스핀전류의 생성 효율이 자성메모리의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기술이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일반적인 전류는 전자가 가지고 있는 전하(charge)의 흐름을 말하지만 스핀전류는 전자의 스핀이 이동하는 현상이다. 스핀전류는 전하의 실제적인 이동이 없이 나타날 수 있어 주울열(Joule heating)로 인한 전력손실로부터 자유롭다. 스핀트로닉스는 이 같은 전자의 고유 성질인 스핀을 디지털 신호로 활용하는 전자공학 분야로 새로운 기능의 소자 구현, 빠른 동작 속도, 비휘발성 등의 특성으로 기존의 반도체 전자소자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 교수는 기존 연구자들이 스핀전류 생성을 위해 스핀궤도결합이 강한 백금·텅스텐과 같은 중금속 재료를 사용한 것과 달리 스핀궤도결합이 비교적 작다고 알려진 값싼 강자성과 전이금속의 이중층 구조에서 해답을 찾았다. 연구팀은 강자성체인 코발트-철-붕소 합금(CoFeB) 또는 니켈-철 합금(NiFe)과 전이 금속인 티타늄(Ti) 이중층 구조를 제작해 스핀궤도토크를 측정했다. 실험결과 강자성·전이금속 계면에서 스핀전류가 효과적으로 생성됐고, 생성된 스핀전류의 스핀분극 방향을 임의로 제어할 수 있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박 교수는 스핀트로닉스 기술을 바탕으로 저전력, 초고속, 고집적 반도체 소자 개발의 초석을 다졌다”며 “오는 29일 반도체의 날을 앞두고 박 교수의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수상은 더욱 뜻깊다고 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 교수는 “스핀전류를 효율적으로 생성하고 스핀 방향을 임의로 제어할 수 있는 소재 기술은 차세대 비휘발성 자성메모리 동작 기술로 활용 가능하며 연산과 기억을 동시에 수행하는 미래 컴퓨팅 핵심소자로 응용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미래 반도체 기술을 선도할 스핀기반 신소재 개발에 주력하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즈(Nature Materials)’ 2018년 6월호에 실렸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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