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영화배우 니컬러스 케이지가 지난 1999년부터 2009년까지 10년 동안 연간 출연한 영화 편수와 수영장 익사자 수 추이를 같은 좌표에 그래프로 그리면 신기할 정도로 비슷한 형태를 보인다. 같은 기간, 미스 아메리카의 나이와 미국 난방 기구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숫자 추이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니컬러스 케이지가 앞으로 2~3년 동안 출연할 영화 편수가 늘어난다면 미국의 수영장 사고로 인한 익사자 수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을까. 답은 ‘아니다’다. 아무리 10년 동안 우연의 일치로 두 변수가 매우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해도, 이는 상관관계가 높다고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징크스에 불과한 것으로 학자들은 이를 ‘허위 상관관계’라고 부른다.
즉, A라는 사건이 일어나는 데 B가 원인이라면, B와 A는 인과관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A라는 사건이 일어날 때 B라는 사건이 일어난다면, 이는 상관관계가 높을지는 몰라도 인과관계는 성립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통계적 기법에 따라 인과관계에 대한 추론과 증명이 계량경제학에서 시작됐고 최근 컴퓨터 기술의 발전으로 실제 주식투자 등에서도 사용되기 시작했다. 심지어 로켓의 궤도를 추적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해 주가를 예측하는 기술도 소개되고 있다. 하지만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는 높은 상관관계를 실제 주식시장에 적용될 만한 변수로 착각해 팩터투자 등에 적용해서 종종 주식시장에서 투자에 실패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투자는 선진 기술에 혹해서 징크스를 보고 투자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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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장에서도 얼마 전부터 본격적으로 팩터투자나 스타일투자 붐이 불고 있다. 올해 들어 한국 시장은 극심한 변동성으로 시가총액 상위 10개 회사들이 절반 가까이 뒤바뀌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많은 스타일 포트폴리오들이 이렇게 급변하는 시장환경으로 인해 꾸준한 수익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투자 전략으로 사용되는 팩터들이 주가의 퍼포먼스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상관관계가 높은 징크스 같은 팩터인지, 아니면 진짜로 인과관계가 성립되는 팩터인지 고민해보는 투자자들이 많지 않다.
교과서적인 이야기일지 몰라도 크레디트 스위스 홀트(HOLT)에서는 항상 투자하는 회사의 경제적 가치를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가 무엇인지를 찾으라고 말한다. 회사의 경제적 가치가 높아지면 주주의 부가 증가하고 이는 다시 주가 상승이라는 강력한 인과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경제구조가 성숙기로 접어들면서 한국 시장은 점점 상대적으로 높은 투자수익률을 올리기에 어려운 시장이 되고 있다. 점점 경제적 부가가치가 주주의 부로 연결될 수 있는 회사에 투자해야만 만족할 만한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는 환경이 돼가고 있다. 주가수익률과 단순히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는 가짜 상관관계가 아니라 주식시장을 관통하는 인과관계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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