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청이 늘면서 홈쇼핑 업계도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국내 대형 홈쇼핑업체의 한 관계자는 최근 서울경제와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걱정을 털어놨다. 현재 홈쇼핑은 주요 공중파와 종합편성채널 사이 이른바 ‘황금 채널’구간 사이사이에 자리 잡아 채널을 돌리는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전략을 구사한다. 특히 방송 편성은 홈쇼핑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예컨대 30~40대 여성이 주로 보는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이 있다면, 해당 편성 전후에 맞춰 이들을 겨냥한 화장품이나 패션 제품을 소개하는 식이다. 이 관계자는 “드라마 끝나는 시간에 맞춰 채널을 돌렸을 때 바로 쇼호스트가 해당 시청자를 유인하는 멘트를 할 정도로 정교하게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전했다.
그러나 드라마를 넷플릭스나 티빙, 최근 출범한 웨이브 같은 OTT로 볼 때는 이런 전략이 소용없어진다. 채널을 돌리는 행위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홈쇼핑업계 역시 정규편성보다는 더 많은 정보를 담은 데이터방송이나 콘텐츠 자체에 홈쇼핑 역할을 부가하는 새 방식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기존 TV 광고 역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예전에는 한 시간 짜리 회차를 두 개로 쪼개 사실상 중간광고를 하거나 편성 앞뒤로 광고를 싣지만 OTT는 이런 광고 노출 조차 없는 경우가 있어서다. 방영 초기 단계의 ‘배가본드’나 ‘동백꽃 필 무렵’ 같은 드라마는 넷플릭스에서도 동시에 볼 수 있는데 60분의 시청 시간 동안 광고 없이 오로지 이야기에만 집중할 수 있다. 광고 소비자가 명확하고 효과를 바로 파악할 수 있는 유튜브 등 인터넷 기반 콘텐츠로 광고주가 몰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본방사수’는 사라지고 ‘정주행’을 확산시킨 것 역시 OTT다.
과거 드라마 ‘모래시계’를 보러 퇴근을 서두르고 거리가 한산해졌다는 얘기는 점점 ‘호랑이 담배 필 적 시대’가 됐다. 월화드라마, 수목드라마, 주말드라마처럼 특정 정규편성도 점점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 반면 수 편의 시리즈를 한 번에 몰아 보는 ‘정주행’은 콘텐츠를 즐기는 새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OTT업계의 한 관계자는 “새로운 동영상 서비스의 진화가 이용자의 경험 자체를 바꾸고 있다”며 “사람들이 골라보는 행태의 변화가 콘텐츠에도 많은 변화를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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