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본 인수합병(M&A)부터 자금횡령, 불성실공시남발에 이르기까지 상장폐지 결정을 앞둔 더블유에프엠(035290)(WFM)은 ‘기업사냥꾼’이 흔히 쓰는 수법이 대부분 이용됐다.
투자은행(IB) 업계가 “이쯤 되면 과거 진화한 조직폭력배들이 자본시장에 들어와 사채업자를 끼고 우회상장 뒤 시장을 교란하던 모습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평가를 할 정도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 씨가 경영한 WFM에 자금지원을 해준 인물들이 ‘나 역시 피해자’라며 빠져나갈 우려가 제기되는 한편 진짜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소액주주들은 울분을 삼키고 있는 실정이다.
13일 투자 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이달 중 WFM의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한다. 최근 1년간 WFM이 불성실공시로 거래소로부터 받은 누적 벌점은 17.5점에 이른다. 상장사 중에선 네 번째로 벌점이 많다.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상장사의 누적 벌점이 15점 이상 되면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상장폐지 심사) 사유다. 2017년 말 조 씨가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를 통해 WFM의 경영권을 인수한 지 2년도 채 안 돼 벌어진 일이다. 조 씨 등이 WFM을 망가트린 과정에서 사용한 3가지 수법은 다음과 같다.
[폐혜1]눈속임으로 회사 인수
인수자금 대부분이 타인자금 조달
曺장관 조카 ‘자기자금’ 허위 기재
◇눈속임…무자본으로 회사를 사다= 검찰 공소장을 보면 코링크PE는 2017년 10월 우 전 대표로부터 WFM 주식 100만주를 양수한다. 당시 자사의 배터리펀드가 보유한 WFM 주식 50만주로 담보대출을 받고 자동차부품업체 익성으로부터 차입해 인수자금(50억원)의 대부분을 타인자금으로 조달했다. 그러나 조씨는 취득자금의 출처를 ‘자기자금으로 허위 기재했다.
WFM이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때도 눈속임이 있었다. 150억원 규모 전환사채(CB) 투자자를 확보하지 못한 조 씨는 민모 전 크라제버거 대표의 자금 100억원을 받는 대신 민 전 대표가 보유하던 갤러리아포레 상가를 매입해 담보로 제공했다. 결과적으로 운영자금 마련 목적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한다’는 취지의 공시는 거짓이었다. 인수 금액을 차입한 뒤 인수대상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추가로 제공하거나 자산을 매각하는 방식은 기업사냥꾼들이 쓰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폐혜2]알맹이 없는 공시
실체 없는 사업공시로 주가 출렁
경영권 영향 주담대 공시는 은폐
◇알맹이 없는 사업공시…주가만 출렁= 사업 관련 공시들은 실체가 없었다. 2017년 말에는 이차 전지와 관련 110억원 규모 시설투자 계획을, 올해 2월엔 군산 공장 신축을 위해 15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WFM의 실제 투자금액은 각각 70억원과 1억원대에 그쳤다. 해외 기업과의 계약 공급도 알맹이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2018년 2월 중국 CGRC를 대상으로 1억5,000만원 규모 이차전지 음극재 공급에 성공했다는 공시를 냈으나, 6개월 뒤 회사는 이 계약이 상대방의 요청으로 취소됐다고 공시했다. 그 사이 7,000원이었던 WFM의 주가는 3,000원대로 반토막났다.
경영권 변동 가능성이 있는 주식담보대출과 관련 공시는 사실상 은폐했다. 조 장관의 사모펀드 의혹이 불거지고 조씨 등의 해외도피가 알려진 8월28일 WFM 주가가 폭락하자 채권자의 반대매매로 최대주주가 바뀌었다. 그런데 주주들은 이 사실을 7영업일이 지나고서야 알았다. 심지어 이 대출은 지난 6월 받은 주담대를 차환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아예 공시하지 않았다.
[폐혜3]개인 착복
曺씨 회삿돈으로 포르쉐·벤츠 구입
장인소유 회사에 공사대금 지급도
◇결국 횡령까지…WFM은 나락으로 = 개인적으로 착복한 돈도 적지 않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조 씨는 회사 자금으로 장인 회사 등을 활용해 40억원대 자금을 빼돌렸다. 또 개인 용도로 쓸 1억원 상당의 중고 포르쉐 차량을 WFM 자금으로 구입했다. 회사 소유의 벤츠 차량을 감가상각 처리해 시가보다 4,000만원가량 낮은 가격에 구입한 정황도 있다. 최대주주가 회삿돈을 사유화하면서 WFM은 망가져 갔고 거짓·지연 공시가 반복되는 사이 불공정 거래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무자본M&A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 다만 허위공시·횡령 등과 맞물리는 게 문제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무자본 M&A 적발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 2015년부터 5년간 무자본 M&A 관련 불공정거래 조사 결과 34건이 적발됐다./조윤희·조권형 기자 choy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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