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정표시장치(LCD)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사업전환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 디스플레이가 특허괴물의 먹잇감이 됐다.
13일 디스플레이 업계와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아일랜드의 OLED 기술 라이선스 전문기업인 솔라스OLED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엣지 OLED 관련 특허기술을 침해했다며 최근 미국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대상에는 제품의 생산과 판매를 담당한 삼성전자(005930)와 삼성전자 북미법인도 포함됐다. 솔라스OLED는 앞서 지난 8월에는 LG디스플레이(034220)가 자사의 특허기술인 능동행렬 구동 회로를 이용해 OLED TV를 제작했다며 텍사스 서부지방법원과 독일 만하임지방법원 등에 소송을 냈다.
OLED 디스플레이 관련 특허소송은 2014년 펜스테이트리서치가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 등을 상대로 제기한 후 5년 만에 처음이다. OLED 관련 첫 특허소송이었던 당시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승소했다.
특허 업계에서는 이번 소송을 계기로 OLED 패널 관련 특허소송이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허소송은 기술의 변화를 쫓아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간 디스플레이 업계 특허소송은 주로 LCD 패널에 집중돼 있었다. 하지만 최근 LCD 패널은 점점 사양 산업이 되고 있고 OLED 패널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어 향후 디스플레이 특허소송의 양상도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저가물량 공세로 LCD 패널 시장의 주도권을 내준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가 OLED 패널 중심으로 사업구조 전환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특허괴물들에 발목이 잡힐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한 특허 전문 변호사는 “OLED 패널 관련 소송이 삼성과 LG를 동시에 겨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진입장벽이 높았던 OLED 시장에 중국 업체까지 뛰어들고 있어 특허소송은 더욱 빈번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韓OLED 커지자 본색 드러낸 특허괴물...中추격 겹쳐 이중고
솔라스, 美·日서 관련 특허 매입 등 만반의 준비 끝내
삼성·LG 등 타깃 소송...애플·소니·구글로 대상 확대
中점유율도 증가세...OLED 전환 나서는 국내사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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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괴물들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특허소송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한 것은 OLED 디스플레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부터다.
OLED 시장의 성장도 당연히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이끌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지난 7월 파주 10.5세대 OLED 생산라인에 3조원을 추가로 투자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삼성디스플레이도 10일 13조1,000억원을 들여 대형 OLED 패널 사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조사 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의 OLED 매출 비중은 지난해 13%에서 오는 2024년 49%로 커지고 같은 기간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매출 비중은 73%에서 93%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최근 HKC가 중국 업체로는 처음으로 대형 OLED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하는 등 중소형뿐 아니라 대형까지 OLED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수요 측면에서도 OLED가 대세다.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최대 고객사인 애플이 최근 OLED 패널 채용을 확대한 데 이어 글로벌 TV 업체들도 OLED 패널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OLED 패널 시장의 급성장에 힘입어 전 세계 시장 점유율 20% 이상으로 1위인 미국의 OLED 발광재료 생산업체 유니버설디스플레이(UDC)는 2·4분기 매출액이 시장 전망치를 49.8%나 상회했다. 특허괴물들 입장에서는 먹잇감이 점점 많아지는 셈이다.
이번에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 특허소송을 건 ‘솔라스(Solas)OLED’는 미국 반도체 회사인 ATMEL과 일본의 카시오(Casio)로부터 OLED 패널 관련 특허를 사들이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 또한 솔라스OLED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뿐 아니라 OLED 패널을 쓰는 삼성전자와 LG전자(066570)·애플·소니·구글·델테크놀로지까지 다수의 업체를 대상으로 특허소송을 걸었다. 아울러 전통적으로 특허괴물들의 승소율이 80%에 달할 정도로 높은 텍사스동부지방법원을 비롯해 미국 법원을 중심으로 소송을 제기한 점도 눈길을 끈다. 한 특허 전문 변호사는 “미국은 전 세계 최대의 단일시장이기 때문에 특허소송 결과에 따라 타격이 크고 전 세계 다른 특허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의 투자와 중국 업체들의 성장, 고객사인 애플의 변화 등으로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이 OLED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특허괴물들의 소송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라고 덧붙였다.
특허괴물들의 소송은 OLED 패널 중심으로 사업구조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최근 실적 부진이 심화하면서 차세대 디스플레이 투자를 위한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소송에 진다면 예상치 못한 비용 부담이 생기게 된다. 또 소송 결과에 상관없이 향후 OLED 패널 특허소송이 늘어나면서 불필요한 비용 낭비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기업들에 특허소송은 큰 골칫거리다. 최근 애플과 퀄컴은 회사의 명운을 건 30조원 규모의 특허소송전을 벌이기도 했으며 삼성전자는 KAIST로부터 스마트폰용 반도체 핵심기술인 ‘핀펫(FinFet)’ 관련 특허침해소송을 당해 지난해 텍사스동부지방법원에서 4억달러(약 4,400억원)를 배상하라는 배심원 평결을 받은 바 있다. 이러한 결과에 기업들이 매년 한국뿐 아니라 미국·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특허 등록을 통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지만 모든 기술에 대해 안전장치를 마련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특허괴물들이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OLED 전환을 가로막는 가운데 중국 업체들의 추격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미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시장에서 한국을 넘어선 중국 업체들은 최근 OLED 패널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스마트폰용의 경우 아직은 삼성디스플레이가 80% 이상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지만 중국 업체들은 매 분기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IHS마킷에 따르면 2·4분기 스마트폰용 OLED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매출 기준 점유율은 82.0%로 전 분기(86.4%) 대비 하락했으며 LG디스플레이도 3.0%에서 2.2%로 떨어졌다. 반면 중국 BOE의 점유율은 8.5%에서 11.5%로 상승했으며 에버디스플레이·비전옥스·텐마 등 다른 중국 업체들도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여기에 애플도 최근 BOE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로부터 OLED 패널을 공급받기 위해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스마트폰용 OLED 시장에서의 한국과 중국 업체들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그간 LG디스플레이만 유일하게 생산했던 TV용 대형 OLED도 중국 업체들의 시장 진입이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 HKC가 최근 후난성 창사시에 총 5조4,000억원을 들여 8.6세대 대형 OLED 생산라인을 착공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의 첫 대형 OLED 투자로 2021년 초 준공 예정이다.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로서는 그야말로 첩첩산중인 상황이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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