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이미지로는 ‘친환경’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철이지만, 사실은 재활용률이 90% 이상에 달한다.
철의 친환경성을 이해하려면 우선 전과정평가(Life Cycle Assessment, LCA) 개념을 알아둬야 한다. LCA는 최종 오염물질 배출에 대한 규제가 핵심인 기존 환경 평가 방식과 다르다. 예를 들어 철강 제품 경량화를 위해 생산 공정에서 더 많은 에너지가 들더라도 경량화된 강판으로 자동차 연비가 개선되고 이산화탄소나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줄어들면 환경 전체에는 더 바람직한 방식으로 본다.
철을 생산할 때 고로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 슬래그(slag)도 LCA 관점에서 보면 친환경적이라고 볼 수 있다. 철은 생산 과정에서 다량의 에너지를 사용하지만 석회질 성분의 부산물인 슬래그는 시멘트, 비료, 토목·도로용 골재 등으로 100% 재활용이 가능하다. 철강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 역시 연료로 재활용돼 전력으로 탈바꿈한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경우 사용 전력 64% 가량이 부생가스에서 나온다.
철의 긴 수명도 친환경적이다. 건물이나 교량 등 각종 건축, 토목에 사용되는 철의 수명은 100년에 가깝다. 자동차나 기계에 사용되는 철 역시 수명이 10년 이상이다. 제품의 수명이 끝나도 철은 재활용된다. 매립되거나 버려지기 어려운 소재이기 때문이다. 철은 불순물 함유량이 다른 금속 대비 가장 적은 편에 속한다. 또 자석에 붙는 성질이 있어 플라스틱 등 다른 소재 폐기물과 섞여 있어도 분리가 쉽다. 가령 철 소재 음료 캔(약 40g) 하나를 재활용하면 철을 재활용하는 것은 물론 세탁기 1회 가동 에너지 혹은 1시간 동안 TV를 시청할 때 소모되는 전력을 아낄 수 있다.
철은 고품질 제품으로 재탄생할 수도 있다. 수명이 다한 제품에서 철을 분리해 높은 열로 녹여 새 제품으로 만들 경우 기존 에너지 사용량의 62% 가량을 절약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건 덤이다. 이처럼 철은 사실상 무한 재활용이 가능해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필수 소재로 꼽히고 있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